술 취하는 것은 남에게 모르고 소중한 내 마음을 내준 것
술을 먹습니다.
가끔 참 많이 마십니다.
친구들과 얘기를 합니다.
사실 아는 이는 한두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뭘 그리 많이 알겠습니까?
그런데도 따박따박 아는 사람이라고 과시합니다.
아는 사람이 있다고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엄청난 연기법을 알음알이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는 다 아는 친구인양 그냥 쓸데없는 농으로 분위기를 맞추며 마냥 즐거워합니다.
그때만은 마음 한구석도 어둡거나 불편한 곳은 없는 듯합니다.
그냥 한없이 기쁘기까지 합니다.
근데 정말 그런가요?
그 순간 난 내가 아닙니다.
아무리 이생에서 내가해야 할 역할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닙니다.
그냥 즐겁다고요?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일 따름입니다.
술은 그런 욕심을 증대시킬 따름입니다.
술 깨고 머리만 아프신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평소에 하지 않는 짓을 해서 온 몸이 아픕니다.
특히 마음요.
남에게 준 그 마음. 아니 준 것도 모르고 준 그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곡차 대신 차는 어떤가요?
술을 마시면 얼마 못 버티고 졸립니다.
보이차를 마시면 밤샘하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녹차 한 잔 마시고 황차나 특히 우이암차 한 잔 하면 참 많이 편안하게 풀립니다.
이어서 숙차 한 잔 하고 십여 년 된 생차들을 우려마십니다.
그렇게 차를 우리듯 우리를 달구고 세상을 우립니다.
도반들과 밤새 얘기하면서 세상과 하나가 되어갑니다.
그러다 하나둘씩 잠을 잡니다.
새벽에 일어나 다들 자는 모습이 그렇게 착할 수 없습니다.
오늘 저랑 곡차 대신 차 한 잔 어떠신가요?
인생은 나그네길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꼭 해야 할 일은 없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정치꾼입니다.
정말 해야 할 일은 다른 게 아닙니다.
우리 도반들이 가는 길에 먼저 앞서 가세요.
먼저 가다가 남들이 건너기 어려운 강을 만나면 다리를 만들어주세요.
그렇게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그 일을 묵묵히 해주세요.
부디 부탁드립니다.
바로 그게 먼저 깨친 이들이 하셔야 하는 하화중생입니다.
그걸 할 때 당신은 지행합일 하는 선구자가 됩니다.
조우
어제 길에서 아는 분과 조우했습니다.
오랜만에 뵈었는데 전보다 맑아져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5000만 명이 사는 이 나라에서 아는 사람과 조우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확률입니다.
그런데도 제겐 참 자주 있는 일입니다.
이젠 사실 놀랍지도 않습니다.
허용한 만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상상한 만큼 일은 이뤄집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만나고 싶어 했나 보다. 왜 그랬을까?
밝아진 것을 보니 안심이 된 걸 보니 은근히 그 사람을 걱정하고 좋아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니면, 어떤 때는 안타까움과 함께 내가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어쭙잖은 보리행(과시욕)이 있었음도 알게 됩니다.
다만, 안심이 되는걸 보니 약간의 집착은 버릴 수 있게 된 듯합니다.
그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했음을 이렇게 알려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우한 이유도 바로 이것인가 봅니다.
정말 그럴까요?
혹시 안 만나도 되는 건 아닐까요?
그럼에도 만난 이유는 뭘까요?
나와 관련된 일 말고 그에게 더 관심을 한번 기울여 보세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불현 듯 떠오른 게 아니라 직접 만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너무 쉽게 단정하시지 마시고 또 살피고 살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깨달음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불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