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발표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교회가 절보다 10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기독교도가 불교도보다 10배가 많은 것은 아닌지요? 물론 양적으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질적으로는 능히 10배도 넘어 보입니다. 이미 정치·교육·문화·출판·예술 등 사회저변에서 그런 실질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출판되는 신간서적의 양이나 다음카페의 종교별 분포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천만이라던 불자가 지금은 1천만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나마 불자들의 신심의 깊이는 아주 얕아서 이웃 종교인들과 비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교의 가르침이 과학적이고 우수하다느니, 가르침의 분량이 이웃 종교보다 1천배는 많다느니, 정부지정 문화재의 80%가 불교문화라느니 하는 주장만 늘어놓는 것이 작금의 불교입니다.
왜 우리 불교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수행공동체인 승가가 붕괴한데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삼보가운데 불보와 법보는 변함이 없지만 불법佛法을 수호해야할 승보가 붕괴되니 불보와 법보도 함께 쇠락하는 것이 아닐까요?
승가란 '화합·공동체·조합' 등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의 상가(saṃgha)를 한자로 음역한 말로, 한문으로는 중(衆)·화(和)·화합중(和合衆)·화합승(和合僧) 등으로 번역되고, 산스크리트어와 한문을 함께 써서 승려(僧侶) 또는 승단(僧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수행자가 무리지어 살지 않는다면 이는 이미 승가가 아닙니다. 물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사람도 승려라고 한다지만, 이 경우는 처절한 수행을 위해 홀로 사는 것이지 지금처럼 편하자고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편함을 좇아 혼자 사니 수행은 없고, 별별 추문만 난무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진행중인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대승불교의 승가는 출가 수행자인 비구(比丘,bhikṣu)·비구니(比丘尼,bhikṣunῑ)와 재가신도인 우바새(優婆塞,upāsaka)·우바이(優婆夷,upāsikā) 등 사부의 대중(大衆)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우바새와 우바이까지 포함하여 누구라도 받아들이는 승단을 사방승가(四方僧伽)라 하고, 출가 수행자인 비구·비구니만으로 구성된 승단을 현전승가(現前僧伽)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전승가가 성립되려면 갈마(羯磨,계율의 작법)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인 4명 이상이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본래 승가는 세속적 삶을 버리고 부처님을 따라 유행(遊行)하며 수행하던 제자들의 무리를 가리켰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열반하신 다음에도 무리를 지은 제자들은 공동생활에 필요한 율법에 따라 유행하고 탁발(托鉢)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출가수행자의 소유물은 삼의일발(三衣一鉢)이니 승가칠물(僧伽七物)이니 하여 옷 3벌, 발우 하나, 그리고 수행에 꼭 필요한 몇 가지의 물건만 개인이 소유할 수가 있었고, 그 밖에는 어떤 물건도 소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산활동 등과 같은 경제활동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불교 본연의 전통이 중국에 와서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는 자급자족의 형태로 바뀌어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백장청규(百丈淸規)가 나온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한국불교의 승가는 어느 쪽입니까? 어느 쪽은 고사하고 무리지어 살고 유행해야하는 승가 본연의 정체성이 이미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스님들이 자기 절을 가지고 혼자가 아니면 문중이라는 가족끼리 살고 있습니다. 교구본사와 같은 큰 절이나 심지어 종단에 소임을 가진 스님들도 대부분이 자기 절에서 출퇴근을 합니다. 심지어 종단의 최고 어른인 종정스님마저도 소임지를 벗어나 자기 절에 주석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이 함께 지내며 갈마하고 탁마하는 화합승가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이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 되는 이유를 부처님께서는 <증일아함경> 오왕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가 사는 집에 집착이 생겨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두려움이 생긴다. 재물에 집착이 생겨 잃어버릴까 걱정이 생긴다. 세속사람들이 재물에 매달리듯 재물을 모으는데 힘쓰게 된다. 자기와 친한 사람에게 신경을 써서 남들이 그와 친하게 되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부질없이 세속사람들과 왕래하게 된다.”
지금 우리 불교의 승단이 그렇습니다. 절이 제 것이니 남에게 빼앗길까 두려워 세속 법으로 보호막을 치고, 재산을 늘리려고 절마다 기왓장을 팝니다. 심지어 수백, 아니 천년이상을 내려오는 전통사찰도 문중(門中)이라는 세력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가졌으면서, 또 더 가지려고 싸우며 서로를 해치기도 합니다.
한국불교가 살아나려면 승가가 바로서야 하고, 그러려면 승가 본연의 수행공동체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전법을 등지고 수행만을 위한 승가가 되어서도 아니 되는 현실이니 지역별 거점 사찰을 정하여 함께 기숙하고 수행하면서 말사나 포교당에는 근무에 필요한 날과 시간을 정하여 출퇴근을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