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삼보의 공덕
지금까지 삼보와 위빳사나의 정확한 개념, 그리고 서로의 관련성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승가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삼보가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이해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불·법·승의 공덕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부처님, 즉 불보의 공덕은 아홉 가지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공덕은 맹목적으로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관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첫 번째 공덕이 ‘아라한’입니다. 모든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음에 하나도 때가 묻어 있지 않은 분, 그래서 모든 이로부터 온갖 공양과 예경을 받으실 만한 분이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이들은 착하고 도덕성이 좋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이런 사람은 종교나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아라한이란 바로 이런 분입니다.
두 번째 공덕은 ‘삼마삼붓도’입니다. 사성제 진리를 비롯한 모든 법을 올바르게 스스로 깨달으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진리는 법칙과 같은 것이어서 누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있던 것입니다. 그런 진리를 확실하고 완벽하게, 누구한테 배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여 깨달은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세계적으로 매우 훌륭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가 발견한 이론으로 인류가 크게 발전한 면이 분명히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핵무기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핵은 여전히 인류의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이론은 모든 인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완벽한 진리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처님이 찾아낸 진리는 이와 달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바르게 실천한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습니다.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정신을 잃었던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좌절하여 인생을 포기하려다가 내면적으로 크게 변화하여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런 변화는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은 사람들을 예외 없이 고통에서 행복으로 이끌어 줍니다. 그런 완벽한 진리를 스스로 깨우치신 분이 삼마삼붓도의 의미입니다.
부처님의 공덕을 알고 계속 마음속으로 반복하면 ‘붓다눗사띠’라는 사마타 수행이 됩니다. ‘부처님이 이런 분이다.’라는 부처님의 공덕을 대상으로 하여 아라한, 아라한, 아라한……, 삼마삼붓도, 삼마삼붓도, 삼마삼붓도……, 하고 반복하는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많이 하는 것이 ‘나모석가모니불’인데 그 의미를 알고 하면 수행의 공덕이 훨씬 커집니다. ‘나모’는 ‘절합니다.’라는 뜻으로, 인도에 가면 인사말이 지금도 ‘나마스떼’입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라는 의미의 인사말이지요. 한국의 ‘석가’는 ‘샤카’라는 부처님의 민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인도의 소수 민족인 석가족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모니’ 즉 ‘무니’는 출가자 또는 ‘붓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나모석가모니불’이란 ‘석가족에서 출가하신 부처님께 절합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부처님이 사성제를 깨달으신 분임을 알고 절을 하면 그 절의 가치가 더욱 커집니다.
사진=타타가타 여래투어 제공
세 번째 부처님 공덕은 지혜와 수행이 완벽하신 분이어서 ‘윗자짜라나삼빤노’입니다. 부처님의 지혜 여덟 가지 중 핵심적인 것 세 가지를 보자면 첫째와 둘째가 신통력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날 저녁 무렵 명상을 하시면서 전생을 보는 신통지를 얻으셨습니다. 업과 과보를 모두 아시고 전생과 후생을 빠짐없이 보는 눈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 다음이 죽음과 다시 태어남(재생)을 아는 지혜인 천안통으로 어떤 중생이 어디에서 죽어서 다음 생에 어디에서 무엇으로 태어나는지, 그리고 태어날 때 무슨 업의 과보로 태어나는지를 다 볼 수 있는 지혜입니다. 세 번째는 일체 오욕락에 대한 욕심과 생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고, 어떤 어리석음도 남지 않고 사라지는 아라한의 도 지혜입니다.
부처님께서 실천수행하신 대상은 다음 15가지입니다. 즉 지식, 지혜, 신심, 노력, 알아차림, 선업을 못하거나 불선업을 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선업을 못한 것이나 불선업을 한 것에 대한 두려움, 음식 절제, 깨어 있음, 지계, 육근 청정, 네 가지 선정 등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일치하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지행일치의 최고 경지에 이른 분이 부처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는 것과 남을 가르치는 것을 스스로 빠짐없이 그대로 실천하신 공덕을 갖추신 분입니다.
네 번째 부처님의 공덕은 모든 중생의 행복을 위해 아름답게 오셨다가 닙바나로 아름답게 가신 분이어서 ‘수가또’입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2557년째인데(2013년 기준) 아직도 사람들이 부처님을 늘 존경하고 그리워하며 그 마음을 불상에 새겨 모십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중생들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알고 그것에 지극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불자를 세 부류로 나눠 보면 부모님이 불자라서 저절로 불자가 된 소위 ‘전통 불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심 불자’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부처님에 대해 잘 모르고 무조건 부처님이 최고라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과는 달리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명확하게 알면서 믿고 따르는 ‘지혜 불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불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처님의 법을 바르게 전하고 지킬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인도네시아는 불교 국가였고 사람들의 신심이 매우 깊어서 지금도 그 나라에 남아있는 불탑들의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사람들도 아주 착했습니다. 그러나 그 깊은 신심에 견줄 만한 지혜가 부족하여 불교를 계속 지키지 못했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이슬람 신도가 많은 이슬람 국가가 되었습니다. 지혜 불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수가또의 또 다른 의미로는, ‘좋은 말만 하신 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아주 다양하지만 내용으로 분류하면 대략 여섯 가지 정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중에서 네 가지 말을 피하고 두 가지 말만 하셨다는 뜻이 있습니다. 여섯 가지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는 진실하고 올바르면서 이익이 있고 듣는 사람도 좋아하는 말로 이것이 최고의 말입니다. 이 좋은 말을 들으면 마음이 행복해지거나 지혜로워지고, 또 그 말대로 실천해서 돈이 생기거나 건강해지거나 다음 생까지 이익이 있어서 부처님께서 가장 많이 하신 말입니다. 두 번째 말은 진실하고 올바르며 이익이 있는데 듣는 사람은 싫어하는 말입니다. 우선 귀에는 거슬리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이익이 있는 말이 이에 해당합니다. 듣는 이가 싫어해도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해야 하는 경우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위해서 그 말을 하셨습니다. 다음은 경전에 전해지는 일화입니다.
뽓틸라라는 삼장법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삼장법사라는 자만심이 대단하여 어디 다닐 때는 항상 제자들 500명과 동행하며 유세를 떨었습니다. 어느 날 그 사람이 오자 부처님이 갑자기 “뚯사 뽓틸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말로 하면 ‘쓸데없는 놈 뽓틸라!’라는 뜻입니다. 여러 사부대중 앞에서 거의 욕설에 가까운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렇게 강한 말을 듣지 않고서는 그가 수행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마음을 바꾸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수많은 제자들이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들의 스승인 본인은 정작 깨닫지를 못했습니다. 가르치기만 할 뿐 자신은 수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가 아무리 경전을 많이 알고 강의를 잘한다 해도 깨닫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뚯사.”
이 말을 듣고 너무 부끄러워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수행을 한 뒤에 그는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당장 듣기 거북하고 힘들어도 듣는 이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경우에는 부처님께서 그렇게 강한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것이 결국에는 이익이 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가 부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부처님이 하지 않으신 나머지 네 가지 말은 이렇습니다. 즉 진실하지만 말을 해도 이익이 없고 듣는 사람이 좋아하는 말, 진실하지만 이익이 없고 듣는 사람이 싫어하는 말, 진실하지 않고 이익이 없으며 듣기에는 좋은 말, 진실하지 않고 이익도 없으며 듣는 사람도 싫어하는 말입니다. 그 중 마지막 것이 가장 나쁜 말입니다. 사실도 아니고 누구에게도 이득이 없으면서 듣는 사람도 싫어하는 말이니 전혀 할 필요가 없는 말입니다. 그런 말을 한다면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까지의 부처님 공덕 네 가지를 모두 이어서 하면 아라한, 삼마삼붓도, 윗자짜라나삼빤노, 수가또입니다. 부처님께 절을 할 때 이 공덕을 마음에 새기면서 하면 그 절은 의미를 모르고 그냥 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높아집니다. 지혜가 있는 공덕과 지혜가 없는 공덕의 차이가 이렇게 큽니다.
부처님의 다섯 번째 공덕은 부처님께서 세상을 확실하게 잘 아시는 분이어서 ‘로까위두’입니다. 부처님 경전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일들에 대해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를 빠짐없이 밝혀 놓으셨습니다.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지, 사람이 망가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 가족 이야기, 공부 관련 이야기 등 다루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최종적인 목적인 해탈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셨던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현실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절대 아닙니다.
‘로까위두’라고 할 때 ‘로까’는 ‘세상, 세계’라는 뜻으로 삿따 로까, 오까사 로까, 상카라 로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삿따 로까’는 중생계를 말합니다. 지옥생, 축생, 귀신생, 아수라생, 인간생, 천신생, 범천생 등이 그에 속합니다. 그 중생의 세계를 부처님이 다 아십니다. ‘오까사 로까’는 공간계를 가리킵니다. 그 중생들이 살고 있는 세상인 이 지구뿐만 아니라 31천 모든 우주를 부처님께서 아셨습니다. ‘상카라 로까’는 인과계를 뜻합니다. 원인과 결과 또는 상대적인 관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렇게 중생계, 공간계, 인과계의 모든 것을 아셨기 때문에 부처님의 공덕을 ‘로까위두’라고 하였습니다.
여섯 번째 공덕은 인류를 교화하는 데 최고이신 분이어서 ‘아눗따로 뿌리사담마사라티’입니다. 인류사에서 사람을 교화한 훌륭한 분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생들을 아라한이 되도록 이끈 분으로 부처님을 따라올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부처님의 일곱 번째 공덕은 삿타데와마눗사남입니다. 즉 부처님께서는 인간, 신, 범천 등 모든 이의 최고 스승이라는 의미입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 살아 계실 때 범천이나 신들이 인간 세계에 왔다가 부처님과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실천하여 세간의 이익, 출세간의 이익을 많이 얻었습니다.
여덟 번째 공덕은 붓도입니다. ‘붓도’는 ‘사성제를 아시고 남들도 사성제를 알고 깨달을 수 있게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마지막 아홉 번째 부처님의 공덕은 바가와입니다. ‘바가와’는 ‘위대하신 부처님, 거룩하신 부처님, 모든 공덕을 갖추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을 가리키는 이름으로는 따타가따, 바가와, 붓도를 많이 씁니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를 지칭할 때 ‘따타가따’를 많이 쓰셨고, 여러 사람들이 부처님을 부를 때의 호칭은 주로 ‘바가와’와 ‘붓다’였습니다.
부처님의 공덕 9가지를 모두 불러보겠습니다.
아라한, 삼마삼붓도, 윗자짜라나삼빤노, 수가또, 로까위두, 아눗따로뿌리사담마사라티, 삿타데와마눗사남, 붓도, 바가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