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동국대학교)
“토사구팽 자리 인식된 총장자리 외부인사 영입 되겠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쁜 인간들이 바로 기자예요. 살다 살다 기자들이 가장 양아치인 것 같아요.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 않고 권력자들 눈치나 살피는 그런 인간들은 상종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손님, 설마 기자는 아니시죠?”
최근 저녁모임 후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택시기사가 뉴스를 듣고 있다가 던진 말이다. 어쩌다가 기자가 양아치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지경에 처했는지 답답하다. 하기야 ‘기레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지금도 ‘정론직필’을 꿈꾸며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수많은 기자들이 있어 그나마 부패한 권력과 부정을 저지른 인간들을 처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기자, 특히 종교계 기자는 생각할수록 참 어려울 것 같다. 해당 종교를 믿는 신도이고(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역으로 자신이 믿는 종교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님, 신부님, 목사님 등 성직자들을 비판하기에는 그를 따르는 신도들과 종단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인간이기에 “나도 잘못하면서 누구를 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루에 수없이 뇌리를 스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판보다는 아름답고 보기 좋고 수행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것이 신상에 이롭기에 이러한 기사가 신문을 장식한다. 보기 좋은 떡만 진열하는 셈이다.
최근 불교계를 대표하는 100년 사학 동국대가 총장선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총장선거 때마다 있는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재임이 기정사실화 됐던 현 총장이 갑작스럽게 후보사퇴를 하고, 총장후보로 모 스님이 유력하다고 한다. 차기 총장으로 유력한 모 스님은 그동안 총장선거 때마다 유력후보로 물망에 오른 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스님께서 차기총장이 돼 동국중흥을 위해 노력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한 스님께서 모든 동국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차기총장으로 임명됐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유감이다.
동국대는 과거 조계종단과의 관계가 원활치 않았다. 하지만 현 이사장스님이 취임하면서 종단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관계가 동국대 총장까지 협력해 임명하는 관계라면 협력이 아닌 밀월관계로 변질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동국대 이사회는 최근 총장선거 때마다 동국발전을 위해 최적의 인사라며 외부인사를 총장자리에 앉았다. 내부 구성원의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자리에 앉은 총장들은 불행하게도 총장임기를 마칠 때가 되면 동국대와 원수가 돼 남산골을 내려갔다. 현 총장도 쓸쓸히 남산골에서 퇴장할 것 같다. “뼈 속까지 불자인 나에게는 불교라는 DNA가 있다”고 강조한 현 총장은 이제 뭐라고 동국대를 평가할지 궁금하다. 이번 총장선거를 놓고 보면 이제 동국대는 우수한 외부인사를 총장에 앉힐 수 없을 것 같다. 토사구팽을 당하는 자리임이 여실히 드러났는데 누가 이 자리에 앉으려 하겠는가. 결국 뛰어난 혜안을 가진 스님들이 이사장과 총장을 하면서 동국발전을 이끌어야 할 것 같다.
“기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양아치예요.” 존경하는 스님이 총장이 되면 좋을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자가 스님이 총장이 되기 전에 종단과 대학, 후보자의 눈치를 살핀다면 동국대는 총장선거 때마다 이런 식으로 총장을 갈아치울 것이다.
김치중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