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법원은 숭례문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방화범에게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판결문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재인 숭례문이 불타버림으로써 국민은 참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며 복원이 이뤄져도 원래의 숭례문은 되찾을 수 없고 국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될 수 없는 만큼 중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 고 밝혔으며 “우리나라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른 만큼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문인 ‘책임’ 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 이 있다. 숭례문 화재와 관련해서 문화재관리의 최고 책임자는 중구청장, 서울시장, 문화재청장에게 있다. 하지만 중구청의 말단관리자가 벌금형을 받은 것 외에는 그 어떤 책임을 지는 고위 공직자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이나 도덕적, 윤리적인 책임을 지는 고위공직자도 없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 고위 공직자의 윤리이라니 씁쓸하고 한심한 생각이외는 없다.

그런데 책임은 고사하고 더 이상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장은 백주대낮에 문화재인 서울시청을 중장비를 동원해 파괴해 놓고 문화재위원회와 감정싸움을 하다가 마지못해 사과하고 또 우리나라 위원회 중 실질적이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문화재위원회는 자신의 명예는 중요하고 서울시청본관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 태평홀 철거에 대해서는 묵인을 해줘버린 것이다. 결국 문화재위원회의 권위와 태평홀을 맞바꿔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지금 광주에서는 전남도청 본관의 반 이상을 철거하고 아시아문화전당을 짓겠다고 한다. 전남도청 본관은 1925년에 한국인 손에 설계된 2층 건물이고 1975년에 3층으로 증축했으며 도시가 팽창하며 공간이 비좁아 옆 날개 부분을 증축했다. 1925년에 지은 곳은 등록문화재16호 이며 광주시 유형문화재 6호로 지정되어 있다.

알다시피 전남도청은 광주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건물이며 옆에 증축되어 철거위기에 처한 곳은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피의 학살을 시작하며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광주를 생각하면 전남도청을 상징적으로 떠올린다. 즉 1925년에 지어진 전남도청만이 아닌 옆에 증축된 곳까지 전남도청으로 확인하고 있다. 몇 남지도 않은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징물을 “문화의 전당” 입구를 만들겠다고 철거를 감행한다면 의미 없는 존재일 뿐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전남도청의 존재는 민주와 인권의 세계적인 상징이다.

또 제주도 강정마을은 자연환경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생태마을로 꼽힌다. 특히 물이 맑아 은어 산란지가 형성되어 있고 각종 산호초와 원앙이 있고 멸종위기인 솔잎난이 자생하는 곳이다. 이곳의 중요한 의미 때문에 국가지정인 천연기념물 442호, 천연보호지역, 생태계보전지역, 해양보호 구역 외에 유네스코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등 무려5개 항목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을 약 8만평의 바다를 매립하여 해군지기를 건설한다고 한다.

이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제주도는 평화와 생태의 동북아 평화지대로 가야한다. 인간과 자연이 끊임없이 교감하는 생명평화의 섬이어야한다.

요즈음 권력을 손에 넣은 자 들의 횡포가 너무나 심하게 다가온다. 그들은 숭례문을 잃고도 무엇을 더 잃어 가는지 얼마나 더 잃어 가는지 조차도 모른다. 심지어 알량한 권위와 태평홀을 맞바꾼 문화재위원회 조차도 야만과 광기가 넘친다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자들에게 경고한 바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오늘(10월 9일)은 현실의 잘못에 책임지지 못하는 권력에게 미래를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보스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