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일어나지 말아야할 사건임이 분명하지만 버젓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졌고 21세기 문명사회에 사는 우리의 노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허무한 일이 벌어졌다.
숭례문이 사라진지 2년이 흘렀다. 지난 2년간 반성다운 반성, 대책다운 대책보다 형식적인 매뉴얼과 도식적인 방재훈련, 복구하는데 필요한 예산과 비공개적인 갑론을박만이 즐비하였다. 화재 당시 냄비처럼 달구어지며 한 풀이를 하던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화재 순간부터 수습 및 복구 과정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토대가 되고 냉정하게 진행했어야했다. 화재당시의 진중하지 못한 진화방식, 사건이후 책임지는 공직자의 모습,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잔해처리방식에서의 미숙성과 이후 복구방식의 선진적인 문화행정은 온대간대 없음에 진중한 반성과 대안이 있어야한다.
공청회 한번 없는 복구방식, 밀실에서 그들만의 복구 안을 놓고 무조건 따르라고 하고, 숭례문의 격을 놓고 본다면 총리급의 복구단장이 나올 법도 하지만 문화재청의 2급 국장에게 복구단장을 맡겨놓았다. 도편수도 결정되기 전에 목재를 구하고 치목(나무 가공)을 했다.
한마디로 불탄 숭례문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보다 숭례문 사건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잉여가치 창출에만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 되어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건조물 문화재의 복구는 영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재수리업체에서 수주를 받아 진행했다. 영리업체가 진행하던 문화재 보수 및 복구방식은 많은 문제를 노출하였다. 그래서 이번 숭례문 복구만큼은 국가가 직영해야한다고 국회에서 강력한 권고를 했다. 현 문화재청장도 당시 국회문화재제도개혁특위 위원으로 참여하며 국가가 직영하는 방식에 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숭례문 복구는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다. 영리업체가 선정되었으나 왜 변경되었는지 아무 설명이 없다.
숭례문 화재 이후 변할 줄 알았던 문화재 행정이나 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숭례문의 교훈은 불이 난 숭례문을 다시 복구하면 끝날 일이 아니다. 구멍이 난 우리 국민의 가슴을 보듬어 주어야하며 실추된 국가의 자존심을 살려주어야 한다.
숭례문 복구는 전통방식의 재현이나 뛰어난 장인의 노력을 담아내는 것 못지않게 시민(국민)의 염원을 잘 담아내야한다.
1. 문화재 행정의 공개 원칙
행정기관과 일반시민(시민단체)이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공개와 비공개'의 문제로 공방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행정기관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공개해서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문화유산도 훼손 방지 및 보호, 관리의 어려움, 종교 수행시설, 군사 시설 점령 등의 이유로 비공개지역이 존재하고 중요한 정책심의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기도 한다. 문제는 문화재 비공개지역과 정책 심의 과정이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호하는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숭례문 복구공사도 마찬가지이다. 가림막을 설치하고 휀스를 설치하는 등으로 가릴 문제가 아니다. 진행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무엇을, 어떤 결정을 하는지 모른다. 예산 250여억 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른다.
왜 국가가 직영해서 숭례문 공사를 해야 했는데 지금은 영리업체가 숭례문 복구공사를 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는지 모두 공개되어야한다.
과거에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 “비공개” 지역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특정 군사시설에 존재하지만 이제 대부분 공개되고 있다.
“비공개”는 장소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책의 심의 과정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범하고 있다.
사실 '공개'로 인한 문화재훼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상승되고 있는 일반 국민의 문화유산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제도권으로 흡수해서 민․관의 협력을 통해 승화할 방안을 연구해보아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 보호와 보존에 반드시 '비공개'만이 능사가 아니다. 비공개는 최소의 방어(보호)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겠다. 오히려 비공개가 방치, 훼손, 숨김이라는 의미로 고착화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또한 숭례문 부재의 치목이나 결구모습의 내부를 자세히 연구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행운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러한 복구사업이 일부관계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있었다. 숭례문 복구공사 현장에 안전대책을 마련한 후 전면 공개하여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서 익산 미륵사지처럼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마련되어야한다.
2.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한국은 전문가의 나라이다. 아니 전문가 독재가 판이 치는 나라이다. 특히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전문가 독점주의와 종속성은 그 도가 지나칠 정도이다. 문화이론, 건축이론 등을 대부분 외국에서 가져와서 마치 최고의 전문가인 냥 행세를 하고 있다. 역사유적의 발굴과 수복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서 어느 유적을 이전해서 전시관을 지었다면, 몇 년 후 한국에서도 일본의 유적 이전 방법론이 검증도 제대로 못한 채 무분별하게 성행할 것이다. 이렇듯 각종 서구 이론들이 유행처럼 써먹다가 버려진다. 즉 깊이 있는 성찰도 없으며, 학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토대가 튼튼해야 줄기와 잎도 튼튼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학문이나 이론의 진정성을 추구하며 자신이 배워온 것을 사회의 토대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대신에 당장의 화려한 꽃과 열매만을 추구한다.
더 큰 문제는 학문의 진정성과 순수성을 상실한 채 천박한 개발자본주의와 결탁되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사유적의 입장이 아닌 복원지상주의와 인테리어 지상주의로 영혼을 매매한 대가로 가짜로 만들어진 유적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문화의 보존과 연구에 관한 노력과 열정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국민들 스스로 우리전통과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의 증대가 문화유산 행정과 정책이 변화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될 수 있다.
10여 년 전부터 문화재 행정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문화재 정책에서 일부 제한적, 형식적,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통로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활동이라든지, NGO의 문화유산 보호활동을 지원하려는 계획을 수립한다든지,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국민 참여 확대 등 국민과 함께 하는 문화유산 행정을 구현하려는 일련의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기존 문화유산 행정과 정책을 공공기관과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었던 형태가 재현되고 있다.
그리나 다양한 이해관계와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노력은 공공기관과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의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 문화유산보존운동은 시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전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가권력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 문화정책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다양한 역사해석과 문화해석이 국가정책에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사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었고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러한 시민사회의 의견들이 조금씩 정부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지금의 모습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회구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숭례문 복구 현장의 가림막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불과하다.
일반대중은 전문 식견에서 뒤쳐질 수는 있으나 열정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숭례문 복구 현장은 이러한 대중의 열정을 담아내고 교육의 공간으로 대체할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결구방식, 치목, 복구 방법의 토론과 결정, 장인들의 땀 흘리는 모습 등은 전통문화의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되기에 충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3.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옴부즈맨 제도 도입
숭례문 화재 이후 우리나라의 건조물 문화재보존과 관리가 위험 하다는 내용으로 연일 신문, 방송에 보도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분주하다. 그러다 보니 예산의 사용이나 장비의 구입 등에서 낭비적 요소가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행 문화재복구(보수)공사 시에 시민 옴부즈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일부 지자체에서 관급 공사 시에 도입되고 있는 제도로써 각종 공사와 입찰과정에 시민감시단(옴부즈맨)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 입찰, 수주, 공사과정, 감리) 관리 감독하며 시민 옴부즈맨의 동의가 있어야만 완결 할 수 있다.
현재 문화재청은 지역마다 한 문화재지킴이, 시민단체, 문화유산해설사, 역사 교사, 향토사학자 등이 존재한다. 이들은 무보수, 자원봉사, 강한 신념, 문화재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뭉친 시민들이다. 이들은 사심이 없고, 일부 학자들처럼 학맥에 연연하지 않는 순수한 시민들이다. 이들을 문화재보수공사 와 각종 시험, 입찰 때 감리단으로 참석하는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제안하며 숭례문 복구부터 적용해 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