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경상북도의 어느 암자에 갔을 때 일이다.
마침 그 암자는 불상을 새로 조성하는 중이었다. 어수선하고 정리가 덜된 법당에 들어서서 모시는 부처님에 대해 질문을 하자, 허름한 복장의 작업자는 잠시 일손을 놓고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불상에 대해 안내하는 그는 뒷걸음으로 법당 한 켠에 물러서더니 다소곳한 자세로 양손을 모으고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아직 점안식조차 치르지 않은 목조각 상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박물관에 가면 전기조명장치가 성보의 문양이나 표정을 돋보이고자 요리조리 빛을 내리쏘고, 해설사는 지시봉으로 눈도 찌르고 어깨선을 쓸어내리면서 예술성과 역사성을 설명하며 가치를 논한다.
이 땅의 수많은 성보들은 제자리를 잊은 채 국보 0호, 보물 0호라는 수치적인 평가를 부여받고 현대인의 미감으로 재조명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술품이기이전에 예경의 대상인 성보임을 불자들만이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문화재로서의 성보를 대할 때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절절하게 기원했던 숱한 이들의 정성과 간곡한 신심으로 조성하였던 장인의 손길, 담담하게 묻어있는 세월의 숨결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미흡하고 얕은 안목과 부족한 신심을 안고 이 땅의 부처님 내음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어릴적 어머니손길에 절을 다니면서 울긋불긋한 법당의 분위기에 무서워하면서도 들려준 사탕의 달콤한 유혹에 부던히도 절을 잘 따라다녔다. 훗날 스스로를 불제자라 여기면서 사탕보다 더 깊은 불법의 참맛을 깨달을 즈음이 되었으나, 원래의 성격이 차분치 못하여 청년회다, 거사회다, 정기법회 같은 규정된 틀 속에서의 신행생활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나름의 신행생활방편으로 찾은 것이 전국의 사찰순례였다.
구도자를 흉내 내며 여러 곳을 찾아 나섰는데 때로는 웃음 지으며 환희심을 내다가고 어떤 때는 돌무더기에 손을 얹고 하염없이 눈물지은 채 아린 가슴을 주체 못하였다. 그리고 그 벅찬 울림은 다리품을 보상받으려는 듯 사진으로 오려오는 욕심을 부렸다.
수행자도 박식한 학자도 아니니, 선방에서의 치열한 정진이나 심오하고 전문적인 공부가 부족하지만 몸으로 때워서 하나씩 쌓아온 감동은 가슴에 묻어있고 눈에 선연하다.
이미 전문가들이 즐비하고 각종 매체에서 쉽게 접할 만치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내게는 빼어난 기교의 글 솜씨도 없고 영혼이 배어있는 사진의 표현력이 요원할지라도 한여름 뙤약볕 속에 풀벌레와 함께하고 눈 속에 파묻혀 걸음 떼기가 어려웠어도 나라 곳곳에서 만나고 또 느꼈던 합장한 손의 온기를 함께 공유하고 또 사라져가는 선인들의 발자취를 남겨보고 싶은 욕심에 용기를 내본다.
내가 만난 성보들을 함께 보면서 옛사람과의 대화에 도움이 되고, 또한 거기서 들려오는 거룩한 법문을 발견하는 디딤돌이 되길 빈다.
자칫 소개하는 성보가 지닌 참뜻에 누가되지 않기를 조심스레 빌어본다.
*필자 홍승균은?
미디어붓다 객원기자. 대학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고 동아리의 회장을 지내며 신심을 다졌다. 졸업 후 증권회사에 취직해 열심히 일을 했고, 지금은 고향인 충남 아산에 살며 생업과 신행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전국의 성보를 찾아 순례하며 독학으로 배운 사진에 그 성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