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붓다가 코레일과 함께 ‘KTX, 山寺를 만나다’를 주제로 부처님오신날 전까지 총 5회 전국산사 순례 기행 특집을 게재한다. 과거 꼭 한번 순례하고 싶은 사찰이 있어도 한나절 이상 걸리는 여정 때문에 사찰 순례를 포기한 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초고속 열차의 등장으로 우리는 부산, 목표 등 반도의 땅 끝까지 당일관광이 가능해졌다. 사찰도 예외가 아니다. KTX는 이제 세간과 출세간의 거리도 단축시켰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三寺 순례’를 계획하고 있는 불자 혹은 가족, 연인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KTX’를 타고 일상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전국의 산사가 당신을 부르고 있다. |
날은 잘 잡았다. 별 생각 없이 마곡사 가는 날을 잡았는데 ‘청명’(淸明)이다. 이때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 화창해진다는 청명에 ‘춘마곡(春麻谷)’으로 향했다. 계룡산 일대에 자리 잡은 동학사와 갑사도 아름답겠지만 마곡사로 발길을 향한 것은 ‘백범 명상길’ 때문.
청명(淸明)날 방문한 마곡사 전경. 화창한 봄날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체취를 되살린 ‘백범 명상길’을 지난 2009년 조성했다. 김구 선생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안악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마곡사에서 원종(圓宗)이란 법명으로 1년이 넘게 출가했다.
김구 선생은 해방 후 마곡사를 방문, 대광보전 주련에 새겨진 ‘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돌아와 세상을 보니 꿈속의 일과 같구나)글귀를 보고 감회에 젖어 당시를 회고하며 향나무를 식수했다.
김구 선생이 식수한 향나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천안아산역까지 30분. 김시습을 회유하기 위해 마곡사로 길을 잡았던 세조는 며칠이 걸렸을 것이다. 천지개벽이다.
산과 물이 서로 휘돌아 감기는 길지(吉地)라 그런지 마곡사 길은 에스(S)길로 유명하다. 길을 돌고 돌아 마곡사 일주문 앞에 서니 거세게 불던 바람이 조용하다. 바람도 세간과 출세간의 경계를 아는가 보다.
“적(赤)목련이 만개했을 때 오면 좋았을 텐데”
마곡사 종무원들은 백범 기념관 앞에 있는 적목련이 피지 않은 것이 못내 서운한가보다. 적목련은 피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일 오후 한가롭게 마곡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백범 명상길’로 향했다. 명상길은 1~3코스로 조성됐다. 1코스는 마곡사 백범선생기념관을 출발해 김구선생 삭발터를 지나 군왕대를 거쳐 다시 마곡사로 내려오면 된다. 3km 정도로 50여분 정도 걸린다.
2코스는 트레킹 코스로 거리는 5km정도이다. 마곡사 주차장을 출발해 천연송림욕장, 백련암을 거쳐 활인봉, 생골마을을 통과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김구 선생 삭발터 전경.
3코스는 등산 코스로 마곡사에서 출발해 천연송림욕장, 백련암을 통과해 황토숲길로 조성된 나발봉을 거쳐 전통불교문화원, 군왕대를 돌아 마곡사로 돌아온다.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며 거리로는 10km정도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걸으니 마음도 몸도 가벼워졌다. 산세도 험하지 않아 솔 향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올레길이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과거 이곳에는 의적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더군. 활인봉, 나발봉에서 세도가들이 지나가면 의적들이 나발을 불고 뛰어 내려갔다 해”
솔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명상길. 바람과 솔향이 어우러져 심신의 피로를 날려버린다.
명상길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전해주신 말씀. 세조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마곡사를 떠난 김시습을 보기 위해 군왕대에 오른 세조는 이곳에서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임금이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인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왕에서부터 의적까지 이 땅을 흠모했구나. 정감록에서 이곳을 십승지(十勝地)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조가 부러워한 군왕대 모습.
‘춘마곡(春麻谷)’을 경험했으니 가을에는 ‘추갑사’(秋甲寺)를 가야 할까? 인연 따라 사는 것인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마곡사 입구 계곡.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세속의 걱정을 떨쳐버렸다.
tip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KTX 천안아산역에서 공주 터미널로 가서 7번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배차된다. 하지만 마곡사를 거쳐 공주, 부여 등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고 싶다면 렌트를 추천하고 싶다.
인근에 소재한 동학사, 갑사, 수덕사 순례도 수월할 것이다. 현재 갑사에서는 매주 주말에 ‘공주문화유적관람과 도예체험’을 주제로 템플스테이가 열리고 있다(041)857-8982 수덕사에서도 월~금요일까지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평일 참가자들은 주말 템플스테이에 합류해도 된다.(010-7225-0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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