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붓다가 코레일과 함께 ‘KTX, 山寺를 만나다’를 주제로 부처님오신날 전까지 총 5회 전국산사 순례 기행 특집을 게재한다. 과거 꼭 한번 순례하고 싶은 사찰이 있어도 한나절 이상 걸리는 여정 때문에 사찰 순례를 포기한 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초고속 열차의 등장으로 우리는 부산, 목표 등 반도의 땅 끝까지 당일관광이 가능해졌다. 사찰도 예외가 아니다. KTX는 이제 세간과 출세간의 거리도 단축시켰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三寺 순례’를 계획하고 있는 불자 혹은 가족, 연인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KTX’를 타고 일상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전국의 산사가 당신을 부르고 있다.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었다. 벚꽃의 향연이 끝난 산사는 이제 신록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국내 최고의 미륵도량 금산사(金山寺).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 만에 김제역에 도착했다. 3시간이 걸린 광주보다 더 빠른 하차. 금산사에 전화를 거니 역사 건너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5번 타고 들어오라고 한다. 40분 간격으로 배차되는 버스가 길을 건너자마자 선다. 오늘 일진이 나쁘지 않으려나보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올라타니 내가 젊은 사람 축에 든다. 조심조심 버스에서 내리시는 어르신들. 시내에 한번 나왔다 가는 것이 녹녹치 않다. 먼지를 뿌리며 내달리는 버스 뒤로 할머니가 집으로 향하신다.
국내 최고 미륵도량 금산사. 금산사를 대표하는 미륵전 앞에서 바라본 모악산.
금산사에 입구에 들어서니 모악산(母岳山)이 반긴다.<금산사지>에 의하면 모악산은 뫼라는 ‘엄뫼’를 의역해 모악(母岳)이라 칭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아주 높은 태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큰뫼'라는 말을 음역하여 금산(金山)이라고 했다. 10년 전 중국 태산(泰山)을 갔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평선(地平線) 김제에 이런 산이 있다니. 평야와 바다와 산까지… 김제 사람들은 예부터 큰 복을 지녔나보다.
미륵전에 들어가 장육존상에 참배를 하고 나오니, 금산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신행(信行) 스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태공당 월주스님 조실 추대법회 전날이라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으신 스님에게 죄송하다.
“연리지(連理枝)에 다녀오시죠. 부담 없이 가족들이 삼림욕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연리지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한 발 두 발 가다보니 어느새 연리지에 도달했다.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한 몸이 된 것을 일컫는 ‘연리지’. 부부의 지극한 사랑. 자녀의 지극한 효성 등을 상징하는 나무에서 소원을 빌면 세상의 모든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4월 한 달 잦은 지방 출장으로 짜증을 냈던 아내. 아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기도하면 효엄이 있으려나? 나무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 “너나 잘 하세요”라고.
연리지 가는길. 울창한 삼림이 아름답다.
연리지에 푹 빠져 1시간을 넘게 걸었다. 돌아가려하니 못내 아쉽다. 사랑 타령을 많이 하는 사람은 제대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랑이 부족한 나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을 인연들. 모든 사랑이 이뤄지는 것을 바라는 것보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연리지에서 모악산 정상까지는 약 4.8km에 불과하다. 심원암, 청련암, 청룡사 등의 산내 암자도 그리 멀지 않다. 다시 금산사로 내려오는데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에서 세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봄은 어디가고 벌써 여름이다.
연리지 정경들
금산사를 기점으로 ‘삼사순례’를 하고 싶다면 금산사 인근에 소재한 귀신사와 망해사를 추천하고 싶다. 귀신사(歸信寺)는 금산사에서 10여분 거리이고, 망해사는 김제역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귀신사는 신라 명문 최치원이 <법장화상전(法藏和尙典)>을 편찬한 천년사찰이다. 보물 제826호 지정된 대적광전과 귀신사 3층석탑(지방유형문화재 62), 귀신사부도(지방유형문화재 63), 귀신사 석수(지방유형문화재 64) 등을 소유하고 있다.
진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망해사(望海寺)는 새만금 간척지와 맞다 있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8호인 망해사 낙서전. 전라북도 기념물 제114호로 지정된 팽나무 등이 유명하다. 망해사~심포항~거전해변에 이르는 총 10km의 새만금 바람길도 최근 개통돼 가볼만한 곳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풍경소리를 들으며 세속에 찌든 나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금산사를 추천하고 싶다.
365일 템플스테이가 진행되는 금산사.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싶다면 금산사의 ‘나는 쉬고 싶다’ 템플스테이를 추천하고 싶다. 매월 넷째 주 주말에 열리는 ‘내비둬 콘서트’도 좋다.
일정을 마치고 금산사에서 서울로 가려하니 정말 여기서 그냥 쉬고 싶었다. 쉬었다 갈까? 김제에서의 4시간 동안 진동으로 해 놓은 휴대폰은 계속 울리고 있는데 쉴 순 없을 듯 했다. 다시 버스를 탔다. 신록이 우거진 금산사. 정말 모든 것을 버리고 찾아 와야지. 물론 휴대폰은 버리고.
tip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김제역까지 2시간이 걸린다. 김제역사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시내버스 5번을 타면 종착역이 금산사이다. 금산사 입구에서 대웅전까지는 약 20여 분 걸린다. 절 입구 옆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가면 연리지, 청룡사, 심원암 등을 갈 수 있다. 예불, 발우공양, 스님과의 차담, 108염주 꿰기, 산행, 운력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연중 내내 진행된다. 특히, 6월 30일 저녁에는 일감 스님의 ‘내비둬 콘서트가 템플스테이 10주년을 맞아 열린다. 500여 명 정도 콘서트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접수를 빨리 하는 것이 좋다.(063)542-0048
콘서트는 템플스테이 일환으로 열린다. 콘서트 후 다음 날인 7월 1일까지는 일상적인 템플스테이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