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행을 중심으로 포교를 하는 스님 몇 분과 재가의 지도자 몇 분이 모여 대화를 하는 중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가 있었다.

모임 중에 한 분이 묻기를 본인이 대표로 있는 유마선원에서는 한 달에 수행을 가르치고 얼마만큼의 보수를 받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따로 받는 것이 없고 그냥 들어오는 보시금으로 선원을 운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분 말씀이 “나는 그렇게 싸구려로 수행을 지도하지 않는다. 일주일 프로그램 운영에 일백 내지 이백만 원을 받는다고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분은 “요즘 사람들은 돈 적게 내면서 수행하라고 하면 시시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잘 모이지 않는다. 그런데 돈을 많이 받으니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동참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분의 이 같은 말씀에 대해 그 곳에 모인 분들의 반응이었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분의 말씀에 수긍을 했던 것이다. 모임을 끝내고 나서 나는 그 분과 따로 만나 그 분의 수행단체 운영 방식에 몇 가지 이의를 제기 하였지만 대화가 잘 풀리지는 않았다.

요즈음 이른바 웰빙 바람을 타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명상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교계 내에서도 이 같은 시류에 맞춰 수행에 관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곳이 많이 생겨났다.

명상프로그램 진행장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그런데 문제는 불교 안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일부의 수행자들이 사람들에게 수행을 보급하는데 있어 순수한 법보시의 정신은 뒤로 제껴 놓은 채 이를 하나의 상업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 사회에서 불교를 포교하는 수행자들마저 돈 없는 사람은 참여 할 수 없는 식의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칭찬할 만 한 일이 아닐 것이다.

불교 수행과 전법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청정과 보시이다. 수행과 명상을 상업화하는 일반 세간의 명상과는 그 틀이 다르다. 아마도 불교 일부 수행자들 가운데에 이처럼 수행 프로그램을 하나의 상거래처럼 보급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세간에서 유행하는 명상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예로 유명한 해리팔머라는 사람이 창시한 아봐타 수행의 경우, 그 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데에는 적어도 몇 천 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 같은 예는 국내의 어떤 수행단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계룡산에 위치하고 있는 모 명상 단체도 처음에는 일주일 정도 수련에 일이십만 원 하던 것이 근래에는 여러 과정의 명상 단계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모두 이수하는 데에 역시 몇 천만 원이 든다고 한다.

거리를 지니다 보면 곳곳에 불교와 관계없는 ‘명상을 지도한다’는 간판들이 눈에 띄는데 이들은 명상을 하나의 상품으로 삼아 사람들에게 정해진 돈을 받고 전수하고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시류에 영향을 받아 불교 수행자들이 고액의 비용을 받고 수행을 지도하고게 된 것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불교 수행자들이 이와 같은 일을 행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매우 당연하고 불법에 부합되는 양 알고 있다는 데 있다. 무소유를 외쳐야 할 불교수행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수행을 보급하면서 고액의 회비를 받는다는 것이 반 불교적이라는 점을 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여기서 수행을 지도하는 분들이 사람들에게 무조건 아무 것도 받지 말고 수행을 지도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수행을 지도하는 분 역시 생활을 해야 하고,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람들로부터 그 프로그램에 걸 맞는 회비를 받아야만 한다. 때에 따라서는 사람의 정성에 따라 몇 천 내지 몇 억의 보시 금을 받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다. 불교수행자는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술자가 아니요 수행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장사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 수행자는 차비만 받고서도 원하는 자가 있다면 웃으며 달려가야 할 여래의 사도이며 심부름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