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불교의 미래는 부처님 가르침에 입각한 수행중심의 불교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수행 프로그램에 입각한 법회를 연적이 있다. 법회 내용은 불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수행법들을 소개하고 직접 수행을 하게 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법사 문제였다.

법회를 지도해줄 법사를 몇 분 모시려고 주변을 둘러보고 찾아보았지만 프로그램에 걸 맞는 법사를 찾기가 도무지 어려웠던 것이다. 스님이건 재가자이건 이름 좀 있거나 덕망이 있는 분은 그나마 바쁘고 문턱이 높아서 초빙하기 어려웠고, 특히 수행을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여 지도 해줄 법사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주변 아는 분들에게 이리저리 부탁하여 간신히 계획 했던 법회를 마무리 짓기는 하였지만 정말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한숨이 나왔다.

일선 포교 30년을 한 사람이 법회를 이끌 법사를 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도대체 한국불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길에 다니다 보면 절도 많고 스님도 많다. 하지만 이들 절과 스님들 중에 과연 법회가 열리는 절은 몇이나 되고 설법을 하는 스님은 몇이나 될까? 법당은 대부분 기도회나 천도재로 운영되고 스님은 염불이나 축원으로 역할을 대신한다.

특히 경을 설하고 수행을 지도 할 줄 아는 스님은 전체스님의 5퍼센트도 안 된다고 한다. (다른 종단은 말할 필요도 없고 조계종 1만5천여 명 스님 가운데에 경을 해설하고 수행을 지도할 줄 아는 스님들은 200명도 안된다고 함) 실제로 교계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나 운영되는 방송매체를 봐도 일겠지만 법사로 등장하는 스님들의 수효는 한정 되어있다.

종교의 생명력은 포교에 있고 포교는 말씀의 전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 한국불교는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마디로 스님들이 공부를 하지 않은 탓이고 실력이 없는 탓이며 전법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필자를 향해 건방지다고 욕을 해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스님들 모두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교계에는 여러모로 실력을 구비한 훌륭한 스님들이 분명히 있다. 다만 스님들의 비례로 비추어 볼 때에 그 수효가 매우 적다는 말이다. 다른 종교의 경우 천주교나 기독교를 보면 그 종교에 몸담고 있는 신부, 수녀, 목사들 전부가 그 교리에 통달해 있고 설교 할 수 있는 능력들을 구비하고 있다. 그들은 예배 찬송 설교 상담의 방법으로 무장하고 신도들을 가르치며 교세를 확장한다.

사실 한국불교에 스님들의 숫자가 그리 부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님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스님들 스스로가 가르침에 대한 처절한 노력과 함께 사람들에게 그 가르침을 전해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불교 스님들의 수준을 보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어찌 보면 용사혼잡이라, 용과 뱀이 섞여 있는듯하여 스님들 사이에 실력차이가 두드러진다. 어느 스님은 뛰어난 실력으로 교리에도 통달해 있고 법회 능력도 탁월한데 반해 어떤 스님은 기본교리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앞의 법사 초빙문제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을 살펴보면 신도의 수효는 감소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엄청난 향상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신도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스님들의 수준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면서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스님들이 지금과 같이 노력하지 않고 스님이라는 입장만 내세워 신도들에게 역할만을 요구한다면 신도들은 언젠가는 떠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불자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다 보면 자신이 다니는 사찰과 스님들에 대해 만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불만이 법회에 가도 별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스님들의 설법이 너무 빈약하고 차원이 낮아 과연 불교가 요것뿐인가 하는 실망과 함께 법회에 대한 매력이 점차 상실 된다고 한다.

참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으로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당면 과제이다.

이젠 목탁이나 잘치고 기도나 잘하고 계율이나 잘 지키는 스님만으로는 신도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앞으로는 실력 없고 소통이 되지 않는 스님들은 신도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이 말은 꼭 스님이 신도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존재해야 하다는 말이 아니다. 한국불교를 전체적인 면에서 생각 할 때에 스님들의 역할 이 어찌 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도들의 의식수준을 앞에서 이끌어 갈수 있는 설법능력과 함께 삶의 문제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해결 해 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