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불교문화 교류의 성지 고려사. 일본불교와의 관련성은 크게 없지만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참배해야할 절이다. 고려사의 호법신은 저 유명한 소동파(蘇東坡)다. 이 절은 후당의 천성(天成) 2년에 건축을 시작했고, 오월의 왕 전류(錢鏐)가 창건, 공덕원(功德院)으로 삼은 절이다. 당시의 이름은 혜인선원(慧因禪院)이었다.

대각국사 의천이 항주에 와서 구법하며, 정원에게 스승의 예를 갖추었고, 경전을 봉헌할 각(화엄경각)을 건립했기에 통속적으로 ‘고려사’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고려사를 칭하는 별칭도 많다. 고려왕조의 역외 향화원(香火院), 화엄제일의 강석, 어전사원(御前寺院), 화엄교의 중흥성지 등이 그것이다.

이 절은 원말명초기에 항주가 전란에 의해서 파괴될 때 함께 파괴되었다. 가정 36년(1557) 이전에는 불과 한 두 명의 승려만 살았다는 기록이 있고, 명나라 중후기에 승려 여통(如通) 등이 부흥을 추진했다. 청나라 건륭제가 ‘법운사(法雲寺)’로 개명했고,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났을 때는 태평군의 병영으로 격전지이기도 했다. 1926년 옥혜관(玉慧觀)거사가 ‘서호고려사중건발원문’을 발표, 당시 한국의 불교잡지였던 <불교>지에도 보도된 바 있다.

신중국 설립 시 비구니 1명이 지키고 있었으나 대약진운동 때에는 식당으로 개조되었고, 1970년대에는 종묘농장, 1980년대에는 제재소로 사용되는 비운의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항주시에서 중건을 결정해, 절의 이름을 ‘혜인고려사’로 정하고 옛 위치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중건했다.

지금의 고려사는 옛터에서 조금 뒤로 들어앉았는데, 적산부 부근 갈림길 왼쪽 산밑길의 화가별장 부근이 항주고려사 옛 자리다. 이곳에 동파정이라는 편액이 걸린 작은 정자가 있는데, 송나라 때 항주지사로 활동했던 소동파를 기념하고저 세운 정자이고, 정자 안에는 소동파의 석상이 서 있다고 한다.

항주고려사 옛터에 동파정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동파정에 서 있는 비문에 의하면, 동파정 석상의 주인 소동파, 즉 소식은 사천사람(1037-1101)이고 호가 동파거사인데 송나라 때 두번이나 항주자사로 있으면서 오늘날 서호개발에 공로가 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는 후세에 자연스럽게 호법상으로 항주 고려사안에 모셔지게 되었다.

그런데 고려사 관련 자료를 보면 소식은 항주자사로 있으면서 고려명승 의천이나 항주고려사에 대해 억압을 가했다. 대각국사 의천이 송에 머물면서 당시 활동하고 있던 거의 모든 종파의 고승들을 만나 불교에 대하여 토론했다. 의천의 이러한 활발한 교류와 불교전적 수집에 대하여 당시 관직에 있던 소식(동파)은 몇 차례나 상소문을 올려 비판했지만 송나라 조정은 오히려 의천을 환대했다.

의천은 불교전적을 수집하고 화엄종과 천태학의 교리상의 차이점을 알아보며 불교에 정진하고자 제자 수개 등을 데리고 송나라 상선에 앉아 비밀리에 송나라로 오며 송나라 수도―변경 즉 오늘의 하남 개봉에서 송나라 황제―철종의 극진한 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또 철종의 추천으로 화엄종 승려 유성 등을 만나고 항주행에 오르게 된다.

연변대 인문학원 역사학부 리매화 선생의 의천연구에 따르면, 의천은 송나라에 14개월 머무르다가 귀국한 후에도 항주의 혜인사(오늘의 고려사)와 줄곧 연계를 맺으면서 혜인사 정원법사에게 청서 금자화엄경 180권을 보냈다. 1089년에 고려로 온 혜인사의 행자 안현을 통해 정원법사의 입적 사실을 알게 된 후 황금보탑을 보내는데, 당시 항주자사 소식(소동파)은 이를 되돌려 보내고도 모자라 혜인사의 제전을 중지하게 하고 남아있는 의천의 제자 수개를 축출하기까지 한다. 황제나 조정, 지방의 관리들이 모두 의천을 환대할 때 소식만은 의천에 대해 역작용만 일으켰던 것이다.

2007년 5월 1일에 다시 복원된 항주 고려사의 입구 천왕전 앞에는 ‘華嚴第一山(화엄제일산)’이라는 글귀가 적힌 조벽(照壁)이 서 있다. 화엄도량으로는 최고의 곳이라는 뜻이겠다.

그러나 고려사는 인적이 드물다. 다른 중국 절은 사람으로 온종일 북적이지만 이곳은 적막강산이다. 왜 그럴까. 절의 운영을 둘러싸고 한국의 한 사찰과 절강성 당국간에 불협화음이 있었고, 그 중간에 낀 사람들의 움직임에 이런저런 잡음도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집만 덩그러니 잘 지어놓고 내용은 없는 절이 되어버렸을 줄은 미처 몰랐다.

화엄경각에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진영을 만났을 때,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보낸 화엄경 관련서를 보았을 때 반가운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알맹이가 없는 절이 주는 아쉬움은 잘 단장되고 정원과 연못의 아름다움이 주는 훈훈한 느낌을 빛 바라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느낌은 다 같은 것인가. 순례단의 인솔자 김호성 교수도 그 씁쓸함을 이렇게 한 편의 시로 읊었다.

고려사

(2010. 7. 3. 중국 항주)

고려사의 씁쓸함은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영은사(靈隱寺, 링인사)에서도 다르지 않다. 고려사와는 달리 절도 크고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많으나 이미 사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때문일까. 마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사찰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람한 당우와, 사람을 기 눌리게 하는 엄청나게 큰 불상들. 곳곳에 새겨져 있는 불보살 등 각종 조각들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영은사는 중국불교의 선종십찰(禪宗十刹) 가운데 하나이다. 동진(東晉) 때인 326년 인도의 승려 혜리(慧理)가 비로봉(飛來峰)에 와서 ‘선령이 숨어 있는 곳(仙靈所隱)’이라 하여 사찰을 짓고 영은사라 불렀다. 이후 영은산 경덕사(靈隱山景德寺)·경덕영은사(景德靈隱寺)·영은산은현친선사(靈隱山恩顯親禪寺) 등으로 불렸고, 청나라 강희제(康熙帝)는 운림선사(雲林禪寺)라고 명명하기도 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영은사라는 이름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영은사 입구에 세워진 조벽에는 ‘咫尺西天(지척서천)’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지적서천은 서천, 즉 부처님이 계신 곳이 지척에 있다는 뜻인데, 영은사가 혜리(惠理)라는 인도스님이 오셔서 창건한 것이므로, 이렇게 적었을 것이다. 혜리라는 인도승의 고향이 이곳에서 지척이란 것은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인도, 즉 불국토라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김호성 교수는 이를 일러 “다시 고향을 그리워 할 필요는 없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곳 비래봉에는 효종과 혜원선사와의 선문답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효종은 재위 8年(45세) 정월에 절강성 항주에 있는 영은사를 찾았다. 당시 그 사찰에는 혜원선사가 방장(住持)으로 있었을 때였다. 효종은 비래봉(飛來峰)을 보며 물었다. 비래봉은 언제 날아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不知何年飛來) 중국의 4대 불교명산 중의 하나인 아미산(峨嵋山)에서 표류하여 그 곳에 있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산이다.

효종: 비래봉이 이곳으로 나라 온 지 이미 오래인데, 왜 날아가지 않는 것입니까(旣是飛來, 何不飛去)?

혜원선사: 움직이는 것은 안정을 찾기 위함인데 안정을 찾은 비래봉은 떠나지 않습니다(一動不如一靜).

효종: 사람들은 염주를 돌리며 관음보살에게 보살펴 줄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관음보살도 또한 염주를 들고 있으니 그는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人持念珠念觀音, 求他保佑. 觀音亦持念珠, 又念誰)?

혜원선사: 다른 이에게서 찾으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求他不如求己).

효종: 석가모니는 입산해서 6년 만에 성불했다는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것입니까(釋迦入山六年, 修行成佛, 有何秘訣)?

혜원선사: 폐하! 자신이 황제라는 것을 잊어야만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陛下! 忘却自己是皇帝).

효종은 감탄하여 즉석에서, ‘매화의 향기는 멀리까지 다다르며, 스스로 가지마다 봄기운을 지니는구나(梅花香渡遠 自有一枝春이라)’라고 시를 지어 주면서 혜원선사에 사의를 표했다.

비래봉(飛來峰)은 영취봉(靈鷲峰)이라고 불리는데, 석회암으로 된 산봉우리다. 이 산봉우리에는 오대(五代)부터 송, 원, 명나라에 걸쳐 345개에 이르는 진귀한 불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그 크기가 웅장해서 그렇지 우리나라의 경주 기림사 진입로 옆에 있는 골굴암의 마애불상군을 연상시킨다.

그 중 오대 때에 조각한 서방삼성상(西方三聖像)과 남송 때의 포대화상(布袋和尙) 등과 같은 조각상은 모두 진귀한 조각 예술품이다. 조각상의 면면을 살펴보니 세련되거나 정교하다기보다는 소박하다. 이중 포대화상은 활불, 즉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되었던 영은사의 무애승 제공(濟公)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그러나 포대화상이 제공스님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제공 스님이란 분일 것이다.

제공(濟公·1148~1209)은 인간 활불(活佛)로 불리며 중국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전설적 인물이다. 제공은 절강 태주(台州) 사람으로서 남송의 선종 고승이며 법명은 도제(道濟)이다. 그의 조상은 송 태종(太宗·재위 976~997)의 부마이자 절도사였고 집안 대대로 불교를 믿었다. 마흔이 넘도록 자식이 없었던 그의 부모는 간절한 기도로 그를 낳았다. 국청사(國淸寺) 주지가 이름을 수연(修緣)이라 지어줬고 이때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 국청사에 들어가 주지였던 혜원(慧遠)의 가르침을 받고 ‘도제’란 법명을 받게 되었다. 이후 여러 사찰을 거쳐 마지막에는 항주 영은사(靈隱寺)에 기거하였다.

제공에 관한 전설은 남송시대부터 널리 유행하였다. 신동 이수원(李修元)과 고승 도제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가 구전되다가 설서인(說書人·이야기꾼)들의 손을 거치면서 더욱 풍부해졌다.

제공은 성격이 호탕하여 술과 도박을 즐겼고 염불과 좌정 수련은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를 좋아하고 기방(妓房)을 드나들며 사방을 떠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악인을 혼내주었다. 자신이 가진 의술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을 치료해 주었고, 한 사찰이 불타 없어지자 자진하여 모금활동에 나서 원형대로 복구하기도 했다. 시문에도 능하여 가는 곳마다 자신의 감흥을 글로 남겨 ‘확봉어록(鑊峰語錄)’ 10권이 전해진다. 명말 청초에는 제공의 신기한 사적을 묘사한 ‘제공전(濟公傳)’이 나왔다.

제공에 관한 이야기는 20세기에 들어서도 계속 이어져 설서인들에 의해 240회에 달하는 ‘제공전전(全傳)’이 유행하였다. 특히 1993년에 주성치, 장만옥, 매염방 등이 주연한 정소동(程小東)의 영화 ‘제공(The Mad Monk)’은 제공의 이야기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제공 이야기는 중화권에서 TV 시리즈로도 재생산되어 1985년에는 대륙에서 ‘제공’이란 제목으로 8회 방영되었고, 1988년에는 ‘제공유기(游記)’ 20회, 1996년에는 싱가포르에서 ‘활불 제공’이란 제목으로 30회, 1997년에는 홍콩에서 ‘제공’이란 제목으로 20회가 방영되었다. 또한 대만에서는 2007년 6월 6일부터 2008년 7월 25일까지 장장 297회에 걸쳐 ‘제공’을 방영한 적이 있다.

작은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왼편 산기슭에 있는 조각상들을 보면서 영은사로 향하도록 절 진입로가 되어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밀려갔다가 밀려나오는 형국이다. 영은사는 동진 연간에 건축되었으니 16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찰 중의 하나이다.

영은사는 5대10국의 오월(吳越) 시대에 가장 번성하였다. 당시 규모는 9개의 루(樓)와 18개의 각(閣), 72개의 전(殿)에 모두 1200여 개의 방이 있었고, 승려 수는 3000명에 이르렀다. 이후 청나라 가경제(嘉慶帝) 때인 1816년 화재로 인하여 폐허가 되었으며, 도광제(道光帝) 때인 1823년부터 5년에 걸쳐 재건사업을 실시하여 천왕전(天王殿)과 대웅보전(大雄寶殿) 등을 증축하면서 현재의 규모를 갖추었다.

주요 건물로는 천왕전과 대웅보전을 비롯하여 대비전(大悲殿)·연등각(蓮燈閣)·회랑과 곁채 등이 있다. 천왕전은 사찰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그 옆에 이산문(二山門)이 있다. 천왕전 안쪽의 정면에는 미륵불 좌상이 봉안되어 있고, 미륵불 뒤에는 위타천(힌두의 신 비쉬누가 불교의 수호신으로 변함)의 목조 입상(立像)이 있다. 2개의 신상은 모두 송(宋)나라의 유물이며, 정교하게 조각된 감실에 봉안되어 있다.

대웅보전은 높이 33.6미터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높은 대마루와 날아갈 듯한 처마가 돋보이며, 지붕에는 유리기와가 덮여 있다. 내부에는 높이 9.1미터의 도금된 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대웅보전 주위의 벽을 따라 ‘이십제천(二十諸天)’과 ‘십삼원각(十三元覺)’의 도금 신상이 늘어서 있고, 대웅보전 앞에는 8각형의 9층 석탑 2기가 있다. 이밖에 천왕전 앞에는 오월국 말기의 유물인 석조 경당(經幢)이 2개 남아 있는데, 이 또한 진귀한 역사적 유물이다. 사찰 안팎에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이 울창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영은사는 또 중국사찰 가운데에서 가장 장서가 많은 도서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 영은사는 일본불교와도 적잖은 연관이 있는 절이다. 일본승려 가쿠아(覺阿)가 머물러, 1173년 7월 불해(佛海)선사를 친견하고 일본 불법의 흥륭을 논했던 절이 이곳이다. 카쿠아는 송대 선종에서 인가를 받은 최초의 일본 선승으로 알려져 있다.

계단식으로 구성된 영은사 경내의 한 편에는 구카이(空海,774~835) 대사의 동상이 서 있다. 일본 헤이안(平安) 시대의 불교 승려로 우리에게는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 홍법대사(弘法大師)로 더 잘 알려진 고승이다. 홍법대사는 18세 때 교토(京都)의 대학에 입학하여 오카다(岡田) 등에게 《상서(尙書)》《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승려를 만나 ‘허공장구문지법(虛空藏求聞持法)’을 백만 번 외우면 모든 가르침의 참뜻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출가의 뜻을 굳혔다. 20세 때 곤조(勤操, 758∼827)에게 출가하였고, 24세 때는 《삼교지귀(三敎指歸)》라는 책을 저술하여 일찍이 배운 유교와 불교·도교를 비교하며 불교의 우수성을 강조하였다.

30세 무렵에는 당나라로 건너가 청룡사의 혜과(惠果)를 만났다. 혜과는 그에게 관정(灌頂)을 베풀고 요가 등을 전수한 뒤 밀교를 일본에 전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입적하였다.

구카이는 귀국하기 전 여러 가지 서적과 불상, 만다라, 법구, 혜과의 유물 등 밀교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모았다. 이들 자료는 뒤에 사이초(最澄)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일본 천황의 신임을 얻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귀국 후 밀교 경전을 널리 전파하고 이른바 동밀(東密) 일파를 개창하였으며 고야산(高野山)에 공고부지(金剛峯寺)를 세우고 교토의 도오지(東寺) 건립에 참여하는 등 진언종의 독립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가 62세의 나이로 공고부지에서 입적하였다.

그가 일으킨 진언종은 밀교를 받아들여 마음(정신)과 육체(물질)의 합일을 강조하고 현세에서의 이익을 인정하여 당시 귀족들의 환영을 받았다. 제자로는 지쓰에(實慧, 786∼847), 신지(眞濟, 800∼860), 신가(眞雅, 801∼879) 등을 두었고, 저서로는 《삼교지귀》를 비롯하여 《십주심론(十住心論)》《즉신성불의(卽身成佛義)》《대일경약석(大日經略釋)》《금강정경약석(金剛頂經略釋)》 등이 있다.

‘일중불교우호교류30주년’을 기념해 세웠다는 영은사 경내의 홍법대사 동상은 비록 홍법대사가 당나라에 유학할 당시 이곳 영은사를 참례하고 지나갔다는 것을 기린 것이지만, 중국에서 일본불교 뿌리 찾기 열기가 어느 정도로 열렬한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아무려나, 영은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건물은 천왕전이다. 그 위에는 운림선사(雲林禪寺)라는 편액이 있는데 이것이 강희황제의 필적이기 때문이다. 강희황제가 ‘영은사’를 ‘운림선사’로 고쳐 쓴 것은, 본래 영은사를 쓰려고 했지만, ‘靈’자를 쓰던 중 그만 ‘雨’자를 너무 크게 써버려 당혹해 하던 중에 옆에서 신하가 ‘雲’으로 시작하는 운림선사로 쓰면 된다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운림선사로 썼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천왕전을 지나 대웅보전으로 갔다. 대웅전 중앙에는 높이 24.8미터에 달하는 석가모니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온 몸이 금으로 덮여 있다. 마침 예불을 드리는 시간이어서 많은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대웅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안내원들의 눈을 피해 몇 컷 사진을 찍다가 그만 들켜서 대웅전을 빠져 나왔다.

대웅보전을 나와 오백나한당(五百羅漢堂)에 들어서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한상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대웅보전 앞에는 오월시대에 건축하였다고 하는 오래된 석탑이 아담하고 소박한 규모로 서 있다. 고탑이 이 절의 역사를 말해주듯 오랜 세월을 흠뻑 머금고 있다. <협찬; 터널공사 전문업체 <strong>표준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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