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께이는 앙코르 유적 가이드북에도 표시가 없다. 태국 국경을 향해 북동쪽으로 두 시간 가량 달려야 볼 수 있는, 민간인이 접근할 수 있는 최북단 앙코르 유적이다. 꼬 께이 가는 길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꼬 께이는 ‘꽃길’이란 우리말 발음과 닮았다. 우기가 정점을 향해가는 6월, 도로 양편에는 만발한 야생화가 북한 소녀들처럼 도열해서 꽃다발을 흔든다.
꼬 께이 가는 길은 우아한 꽃길이다. 갓 비질한 사찰의 뜨락 같다. 오가는 차량마저 없으니 영지에 들어선 영주가 된 기분이다. 도로의 흙은 초벌구이한 도자기처럼 발갛다. 맑은 하늘, 맑은 공기, 푸르른 초목과 야생화 꽃더미들이 낯선 방문객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든다. 집 떠난 객수가 비집고 들 틈이 없다.
그러나, 낭만도 잠시, 길이 좁아지고 정글의 품속이 가까워지니 살벌한 풍경이 불쑥 얼굴을 내민다. 붉은 바탕에 흰색으로 그려진 해골과 X자 모양의 뼈다귀. 지뢰지대임을 알리는 경고판이다. 생글거리는 압살라 처녀가 숲 속에서 손짓한대도 다가갈 수 없는 금기의 땅이다.
캄보디아 현대사는 지뢰의 역사다. 지뢰 사고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앙코르 유적 중심부에는 지뢰가 말끔히 제거되었으나 시골 변두리 지역에는 지뢰밭 천지다. 철없는 아이들의 팔다리를 날리고 눈을 멀게 하고 때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걸레조각으로 만들어버린다.
꼬 께이가 사람들을 품속으로 받아들인 것은 2002년부터다. 급한대로 유적지 주변만 지뢰를 제거했다.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곳에 들어가면 본인 책임이다. 들어갔다가 아직 나오지 못한 사람이 몇 명인지 모른다.
입구 코브라는 역시 붕괴되었다. 돌틈을 비집고 한참 들어가니 넓은 광장 가운데 거대한 피라미드가 우뚝 서 있다. 기단부가 사방 100미터다. 정방형 7층 구조물, 높이가 35미터다. 꼬 께이는 10세기 중엽 자야바르만 4세 때 건립되었다.
천 년 세월을 용케도 버텨왔다. 탑의 중앙에서 꼭대기에 이르는 돌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돌계단은 훼손이 심해 밟고 오를 수 없다. 곁에 보조 나무계단이 있다. 꼭대기는 오르라고 존재하는 것. 옷을 흠뻑 적시며 35미터 정상에 오르니 천하가 발아래다.
끝없이 펼쳐진 밀림 너머는 태국이다. 이 일대에는 30여개의 크고 작은 사원이 있다. 그 존재만 확인해 줄뿐 아직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밀림과 지뢰가 초병처럼 버티고 서서 접근을 막고 있다.
도대체, 왜? 이 나라 조상들은 이렇게 억척스럽게 곳곳에 사원을 세웠나? 꼬 께이 정상에서 펄럭이는 이 나라 국기에게 물어봐도 염화미소만 흘릴 뿐 대답이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