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입니다. 어느 날 신문을 보시던 할아버지께서 “세상이 정말 말세구나!” 하고 한탄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말세란 구체적으로 어떤 세상을 말하는 건가요?

답; 몇 년 전 어느 종교에서 야기된 휴거 사태를 상기해 보면 올바른 종교관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종교에도 말세론(末世論)이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말세(末世)는 말법(末法)사상에 근거한 것입니다. 말법사상이란 삼시설(三時說)에 연원을 두고 있습니다. 즉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후 불법이 존속되는 기간을 산정하여 정법(正法), 상법(像法), 말법(末法)의 세 시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후 얼마 동안은 부처님이 설하신 올바른 가르침이 그대로 지켜지는 정법시대가 계속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올바른 교법은 점차로 해이해지고 단지 정법과 비슷한 교법만이 행해지는 상법시대가 도래하며, 마지막 말법 시대에는 세상이 혼탁하고 중생의 자질이 저하되어 오탁(五濁)이 횡행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 삼시설이지요.

그리고 그 기간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있으나 ‘정법 5백 년’, ‘상법 천 년’, ‘말법 만 년’설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삼시설은 󰡔잡아함경(雜阿含經)󰡕을 비롯하여 󰡔법화경(法華經)󰡕과 󰡔대승동성경(大乘同性經)󰡕에도 보이고 있지만, 특히 말법사상을 부각시킨 이는 중국 천태종의 혜사(慧思) 스님입니다.

또한 규기(窺基)법사는 부처님의 가르침[敎]과 실천[行], 그리고 깨달음[證]이 있는 시대를 정법시대, 가르침과 실천만이 있는 시대를 상법시대, 오직 가르침만이 존재할 뿐, 실천과 깨달음이 없는 시대를 말법시대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중국불교사 2천 년 동안에 네 번씩이나 큰 법난(法難)이 있었는데, 당시 폐불(廢佛)의 처참한 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나가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말법시대라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이때를 말법 시대의 도래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말법사상은 우리들에게 실천행이 부족함을 경계하기 위한 것일 뿐, 그 시대 자체에 정법, 상법, 말법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의 신심과 자세에 오히려 그러한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