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2학년 학생입니다. 국문학은 불교학과 많은 관련이 있어 불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조계사 부처님 사리 친견법회에 참석했다가 태극기와 나란히 걸린 생소한 기를 보았습니다. 불기(佛旗)라고 한다는데 잘 몰라 부끄러웠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또 만(卍)자의 유래를 알려주세요?

답; 진지한 질문입니다. 어떤 사물을 보고 모른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움이 아니지요. 오히려 모르면서도 진실을 알고자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입니다.

불교를 나타내는 상징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령 불기와 만(卍)자 이외에도 법의 수레바퀴를 의미하는 법륜(法輪)이라든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 등 이 모두가 불교를 나타내는 상징물들입니다.

먼저 만(卍)자는 불교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인도에 있었던 무늬로 힌두교의 주신(主神)인 비쉬누신의 가슴털이 이 모양을 하고 있었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부처님의 신체적인 특징인 32상 80종호 가운데 하나로서 손과 발바닥에 만자가 새겨져 있었다고도 하지요.

그러므로 만자는 고대 인도사회에서 종교적으로 위대한 인물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이 만자가 무엇을 형상화 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학설이 있습니다. 태양이나 전광(電光) 혹은 뇌화(雷火)를 상징한다는 것과, 또는 회전하는 북두칠성을 형상화시킨 것이라는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불교기(佛敎旗)는 1956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세계불교도 대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된 이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계사에 가서 보신 대로 불교기는 5가지 색깔, 청ㆍ황ㆍ적ㆍ백ㆍ주황색의 세로줄과 오른쪽 끝에 다시 똑같은 다섯 색깔의 가로줄이 칠해진 모양입니다. 이때 세로줄은 시간적인 영원함을 나타내고 가로줄은 공간적으로 시방(十方)에 가득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색깔의 의미에 대해서도 2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부처님께서 성도하실 때 몸에서 오색(五色)의 빛을 나투셨는데 이것을 나타냈다는 설과, 또 하나는 전 인류의 인종색(人種色)을 상징화 한 것이라는 설이지요.

끝으로 불교기의 색깔을 살펴보기로 할까요. 먼저 청색은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줄기차게 진리를 추구하는 정근과 귀의를 나타냅니다. 그 다음 황색은 금빛 찬란한 부처님의 몸 빛깔을 상징하여 변함없는 금강의 지혜를, 적색은 대자대비의 묘법을 닦아 쉼 없이 수도에 힘쓰는 정진과 자비를, 백색은 청순한 마음으로 온갖 악업과 번뇌를 소멸하는 청정함을, 그리고 주황색은 가사의 색깔로 온갖 굴욕과 유혹에서 참아 이기는 인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