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처님은 어머니 옆구리로 탄생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불교는 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가르치는 진리의 종교로 알고 있는데, 옆구리로 태어난 것을 믿어야 하나요. 잘 믿기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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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부처님의 생애를 서술체로 정리한 것을 불전 문학(佛傳文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좀 과장된 부분도 있을 뿐만 아니라, 신화적인 요소로까지 설명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우협탄생설(右脇誕生說)이라 합니다. 이런 우협탄생설이나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다는 설화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의심을 갖게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꼭 부처님 전기에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우리는 깜짝 놀랐을 때, ‘간 떨어질 뻔했다’고 하거나 또 아주 우스울 때는 ‘배꼽 빠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말을 듣고, 아무도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부정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놀랐는가, 또는 얼마나 우스운가 하는 것이, 이쪽에 너무나도 생생히 잘 전달되어 오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이러한 표현이 사실(事實)적인 것은 아니지만, 깜짝 놀라고 정말 우습다는 진실(眞實)을 전해주는 데는 더 이상의 효과가 없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우리는 불전의 상징적인 표현이 전하고자 하는 숨은 뜻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의 전기를 살펴보면, 인도의 브라만교에서는 브라흐만[승려]은 범천(梵天)의 정수리에서 태어나고, 크샤트리야[왕족]는 옆구리에서, 바이샤[평민]는 다리에서, 수드라[노예]는 발에서 나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신분의 우열과 고귀함이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협탄생설은 출가 전 부처님의 신분이 크샤트리야임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탄생 후, 일곱 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 한 것은 바로 인간의 평등사상을 대변한 말씀입니다. 즉 진리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불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임을 알려 주신 대(大)선언인 것이지요. 부처님은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들에게 불성을 자각시키고자 지혜와 자비의 빛으로 이 땅에 오신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