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성제의 첫 번째 고제가 어떻게 진리일 수 있나요. 만약에 고통을 진리라고 한다면, 불교의 인생관은 너무 염세적인 것이 아닐까요?

<답>사성제(四聖諦)라고 할 때의 제(諦)는 범어 Satya로서 진리를 의미합니다. 즉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라는 뜻이지요. 그 첫 번째가 고성제(苦聖諦)입니다. 보통 진리라고 하면 무언가 좀 더 엄숙하고 무게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고의 진실은 화려하지 않고 최고의 말은 꾸밈이 없는 말이듯이, 참된 진리라면 그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고통이다’는 전제는 매우 이 있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리는 성별과 환경, 그리고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생을 고통으로 보는 것은 결코 염세적인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이것이 삶의 진실이자 실상인 것입니다. 물론 때로는 기쁨도 누리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며, 그나마 그 기쁨 뒤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을 잠시 잊고 있는 순간에 불과할 뿐이지요.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 삶의 실상이 고통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자각하고 직시함으로써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되는 점입니다. 환자가 자신이 아프다고 자각 할 때 비로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게 되듯이.

두 번째 집성제(集聖諦)란 인생이 고가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진리입니다. 괴로움은 바로 욕망에서 생겨납니다. 마치 아프다는 증세를 느끼고 병원에 가서 진찰해 본 결과 간경화라는 진단을 받고, 술이 그 원인임을 아는 것과도 같습니다.

세 번째 멸성제(滅聖諦)란 고통의 원인이 멸하면 그 결과로서 받게 되는 고도 없어진다는 진리입니다. 즉 우리가 욕망에서 벗어났을 때, 고통이 사라지고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마치 병의 원인을 알았기 때문에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과 같습니다.

네 번째 도성제(道聖諦)란 멸성제에 이르기 위한 실천방법입니다. 이제 고통의 원인도, 그 원인만 제거하면 열반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원인제거를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한 것이지요. 가령 치료하면 낫게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질적인 치료방법, 즉 먼저 술을 끊고 안정을 취하며 약을 복용하듯이 말입니다. 도성제는 바로 그러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여덟 가지(八正道)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으신 직후 우리의 인생 문제와 그 해법을 이와 같이 간단명료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더불어 사성제 교리가 현대의학의 치료법과 거의 일치하고 있는 것은 불교가 현대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이 시공(時空)을 초월한 진리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