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원효 스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고승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는 원효스님을 제일 존경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도 원효스님에 대한 평가가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끔 몇몇 사람들이 원효스님에 대하여 파계승 운운하며 비판을 할 때는 참으로 듣기가 거북해집니다. 원효스님은 어떤 분이시며 그분의 사상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파계승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옳은 지적을 하는 것인가요?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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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회통과 화쟁사상 펼친 우리나라 최고의 고승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원효스님에 대한 평가가 올바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퍽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로 인하여 흥미본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감이 없지 않지요. 그러나 외국에서의 평가는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로 훌륭한 고승의 한 분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스님은 15세에 출가하여 수행과 학문에 정진하였는데, 천부적인 재능과 꾸준한 열정, 냉철한 비판력과 정확한 논리, 그리고 뛰어난 문장력으로 대소경전을 모두 섭렵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상 스님을 능가할 만한 저술가는 없습니다.
스님이 활동하던 7세기는 시대적으로도 퍽 어려웠던 시대로 삼국 간의 전쟁, 신분 간의 갈등, 그리고 학계에서는 중국의 종파적인 영향으로 한 가지 경전만을 고집하는 풍조가 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어느 한 종파에 치우지지 않고, 불필요한 대립과 다툼을 화해시키는 회통사상(會通思想)과 대립을 지양하는 화쟁사상(和諍思想)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즉 스님은, 대승과 소승의 우열, 신구(新舊)불교의 대립, 그리고 세속적인 가치와 종교적인 가치 사이의 갈등과 마찰 등을 화쟁사상으로 뭉치게 하려고 노력하였던 것입니다.
스님에 얽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일화는 스님의 진면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원효, 의상(義相) 두 스님은 유학에 뜻을 두고 당나라로 가는 도중 산속에서 야숙(野宿)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밤중에 갈증을 느끼고 주변에서 겨우 물을 발견하고 시원하게 마시고서 잠을 청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다시 물을 마시고자 찾았던 물웅덩이는 바로 해골바가지에 담긴 더러운 물임을 알았지요. 그것을 보는 순간 스님은 구토를 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원효 스님은 크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말이지요. 어제는 그토록 시원하게 느껴지던 물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순간, 구역질이 나는 것은 깨끗함과 더러움이 물에 있지를 않고, 바로 내 마음에 있음을 아신 것입니다.
스님은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구나, 신라에 없는 진리가 당나라에 있고, 당나라에 있는 진리가 신라에 없겠는가’ 하고 유학을 포기하였습니다. 스님이 보여주었던 마음의 세계와 화쟁사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ㆍ일본 등지에 전해지고 수많은 학자들이 앞 다투어 스님의 저서를 인용하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효스님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을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합니다. 원효 스님을 비방하기에 앞서 원효 스님의 가르침을 먼저 공부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