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생(生)’을 왜 괴로움으로 보아야 하는가? 불교에서는 인간의 삶을 괴로운 것으로 보고,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생로병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노병사’가 고통인 것은 납득이 가지만 인간이 태어나는 ‘생’은 축하할 일 아닌가요?

<답> 생은 곧 죽음을 전제하는 것이니 고입니다.

불교에서는 4고(四苦) 이외에 8고(八苦)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우리에게 생(生)이 있기 때문에 뒤따르는 괴로움인 것이지요.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우리들 인간은 윤회하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만이 윤회를 하는 게 아니지요. 다만 우리 인간은 윤회하는 중생의 한 형태에 불과할 뿐입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우리는 6곳의 윤회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 이외의 형태로도 태어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생이라는 것, 즉 태어난다는 것은 이 6곳의 감옥에 들어가는 것과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유가 좀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쨌든 우리는 지옥과 같은 감옥을 위시하여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 천상이라는 감옥을 돌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감옥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그 대우는 달라지겠지만 결국은 누구나가 다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오늘 당신 차례요” 하는 통고를 받게 되듯이, 우리는 바로 죽음이라는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들에 불과한 인생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살펴본다면 태어난다는 것은 바로 감옥에 들어가는 것에 해당이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본인의 업(業)에 따라 선택된 감옥에 들어가서[生] 생활하다가[老] 형기를 끝내고 나오거나[病] 처형이 되면[死] 또다시 다른 감옥인 육도(六道) 중의 어느 하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태어나는 것을 기뻐하는 것은 우리들의 실체를 잠시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잊고 있기보다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강조해 말하자면 이 모든 괴로움은 우리가 현실생활에서 항상 하지 않는 것[無常]을 항상 한다고[常] 생각하고, 고통인 것[苦]을 즐거움[樂]으로 오인하고, 실체가 없는 것[無我]을 그 자체가 존재한다고[我] 믿고, 부정한 것[不淨]을 깨끗하다고[淨] 착각하는 잘못된 4가지 생각[四顚倒]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의 죽음은 끝남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의미, 즉 생은 곧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통이 아닐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죽음을 전제로 하지 않는 생, 즉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행하고 정진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