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상대방의 결점을 내 허물의 그림자’로 보라니요? 학생시절 ‘불교청년회’에도 참여하며 불교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불자입니다. 그런데 막상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으로 인하여 몹시 괴롭네요. 즉 큰 스님들의 가르침대로 ‘상대방의 결점을 내 허물의 그림자’로 보려고 해도 좀처럼 실행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잘못된 건가요?

<답>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가 장점을 찾아보세요

상대방의 결점을 내 허물로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안주가 뭐냐고 물었을 때 ‘남의 말’ 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던가요? 이때의 남의 말이란 바로 남의 결점 내지는 흉허물일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결점이 많은 그 상대방에게도 장점은 분명히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결점과 허물만이 눈에 띄는 것은 우리가 그 사람의 좋은 장점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합시다.

어느 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연사가 흰 종이의 중앙에다 매직펜으로 검은 점을 큼직하게 하나 찍고서 청중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었지요. 그때 청중들은 한결같이 검은 점이 보인다고 대답했습니다. “검은 점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보입니까?” 하고 거듭 연사가 물었습니다. 역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고 일제히 대답하였지요. 그러자 연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왜 이 크고 흰 종이는 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것, 보다 희망적인 것, 보다 좋은 장점들은 곧잘 놓쳐 버리고 보지 못하기가 일쑤이지요. 이것은 마치 흰 종이에 찍힌 검은 점만을 보듯이, 실패나 좌절 그리고 남의 결점만을 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작은 점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때 흰 종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듯이 상대방의 결점만을 보고 있으니까 자꾸 불만스러워지고 또한 마음에도 들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통념에 따른다면 상대방의 결점을 고쳐서 새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불자의 경우에는 불교적인 접근 방법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즉 내 자신이 상대방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장점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자신이 불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어찌 불에 타는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며, 지옥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어찌 고통 받는 지옥 중생을 구해 낼 수 있겠는가 하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결국 내 자신의 자리를 옮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직장의 대인관계도 원만해짐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보다도 자신이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회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