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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불교에 귀의한 후 타종교가 불쾌하게 느껴집니다.
친구의 권유로 얼마전 불교에 귀의한 초보불자입니다. 그런데 불교에 귀의한 이후에 나도 모르게 타종교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에 큰 교회가 있는데, 그 앞을 지나칠 때 찬송가 소리나 기도소리가 들리면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지하철에서 전도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쾌한 느낌이 일어납니다. 잘못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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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타종교에 대한 편견은 옹졸한 마음의 소산입니다
모든 종교가 보다 인간적인 삶을 위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때, 자기가 믿지 않는 종교라고 하여 배격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하나의 진리를 교주(敎主)들이 각기 그 지역의 특수한 풍토와 문화적인 환경, 그리고 역사적인 배경에 의해서 그와 같이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종교를 막론하고 지나치게 광신(狂信)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광신은 인간의 이성을 잃게 하고 맹목적인 열기에 들뜨게 하기 때문에 그러한 신앙은 종교의 보편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나뭇가지 하나만을 붙들고 오로지 그것만이 나무전체라고 고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우리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 어디에도 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바람과 구름 그리고 물이 한 곳에 집착하고 정체한다면 그때 그것들은 생기를 잃어버리고 말듯이,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종교 그 자체로부터도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의 내면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본성품(우리의 입장에서는 불성)을 일깨워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타종교에 대한 편견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옹졸한 마음의 소산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의 의식(儀式)이 조금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려오고 또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불자의 마음에는 불심(佛心)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도 없기 때문이지요. 혹은 ‘나는 안 그러려고 하는데 자꾸 마음이 그렇게 된다’고 한다면 ‘그 마음의 부림을 받지 말고 바로 그 마음의 주인이 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자칫 우리도 개념화 된 불보살의 상(像) 때문에 지금 자기 자신 속에 진정 살아 있는 불보살을 보지 못하고, 또한 이웃에서 손짓하는 불보살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못난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모르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잘못된 생각과 존재해봐야 별 것이 아니라고 부정해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남의 종교를 험구하고 폄하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세상을 그렇게 간단하게 말해버릴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고 한 임어당(林語堂)의 말이 새삼스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