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낙태의 괴로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요?
결혼한 지, 3년 만에 불교에 귀의한 초심자입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계획이라는 미명 아래 그동안 낙태를 두 번이나 했습니다. 불교에 귀의하기 이전의 일이긴 하지만 태아에 대한 죄의식으로 몹시 괴롭습니다. 주변에서 낙태를 두 번 했으니 지옥을 두 번 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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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낙태 잘못된 것이지만 지나친 죄의식도 옳지 않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말은 그 사람의 마음, 즉 교양이나 지식 내지 감정 등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세계조차 깊이 천착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에서 책임 있는 진실한 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緣木求魚]과 같으므로 구애받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 또한 사실이지요. 그뿐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의 미래에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종교가 불교입니다. 때문에 여타의 동물과 곤충에 이르기까지의 살생을 죄악시하고 있습니다.더군다나 옷깃만 슬쩍 스치는 것도 몇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입장에서 보면,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갖고서 잉태한 태아와의 인연은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지중한 인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비록 태어나고 성장하여 한 사람의 인격체를 완전히 갖추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만 육신으로서의 성장과 형성이 안 되었을 뿐, 실은 잉태된 순간 불성(佛性)을 지닌 생명체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요.그것은 가령 고체에너지가 액체에너지로, 다시 액체에너지가 기체에너지로 모습이 계속 바뀌어도 에너지 그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이 태아에게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성불을 하기 전까지는 육도를 윤회하기 때문에 어떤 중생으로 태어날지 그건 미지수입니다. 그야말로 전륜성왕이 될 수도 있고 자비로운 보살이 되어 중생제도를 할 서원을 세우고 잉태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임신중절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을 두 번 간다는 식의 발상도 역시 올바른 가르침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럴 때에는 기도나 천도를 해 줌으로써 스스로가 하루빨리 죄의식과 태아의 영가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단지 우리의 풍습 상 따로 날짜를 정해서 제사를 지낼 수는 없으니까 다니는 사찰의 스님과 상의를 하셔서 간단히 천도를 해주시면 어떨까요.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태아의 영가가 다시 좋은 인연을 만나 밝은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라는 발원을 해 주면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살님의 마음도 분명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