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불교에서는 안락사를 어떻게 보는지요?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불자입니다. 지금 방학을 이용하여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뇌종양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14세 소녀의 일로 마음이 아픕니다. 그녀는 수술에 성공(1%)하더라도 정상인이 될 수 없고, 또한 그녀의 어려운 집안 사정을 생각해볼 때, 문득 안락사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또 최근에는 유럽에서 안락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고, 심지어 프랑스인 샹탈 세비르는 안락사를 탄원하며 죽을 권리를 외치기고 했습니다. 반면 벨기에인 위고 클라우스는 안락사를 허가받아 품격 있게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보니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편안히 죽으려면 벨기에로 가라’는 말도 생겼다고 합니다. 스님, 이런 상황에서 불교에서는 안락사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
<답> 어떤 명분과 이유로든 인위적 죽임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안락사(安樂死) 문제는 뇌사라든가 장기이식 문제와 함께 아직 사회적으로도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난제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정의나 설명도 공론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원시경전에서는 죽음에 대해 언급은 하고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곳은 없습니다. 주로 십이연기(十二緣起)의 내용으로서의 사(死)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을 뿐이지요. 즉 잡아함경(雜阿含經)에 의하면 “어떤 것을 죽음이라 하는가… 존재를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色受想行識]들이 흩어질 때 이를 죽음이라 한다”고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조금 더 자세한 것은 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 “죽음은 수(壽=호흡)와 난(煖=체온)과 식(識=의식)이 떠나는 것이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호흡의 정지로 인하여 폐의 기능이 멈춤을 의미하고, 체온이 식는 것은 심장기능의 멈춤을, 의식작용이 없다는 것은 바로 뇌의 기능이 정지되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중음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무엇이든지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해버리는 이기심 때문에 사회가 온통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벌레 한 마리를 놓고 보더라도 이것은 좋은 벌레이고 저것은 나쁜 해충이라고 분별하고 차별합니다. 실은 다 같은 생명인데. 이는 기득권을 가진 인간들의 가치기준일 뿐이지요. 이와 같이 설사 14세의 소녀가 의식불명이라 하더라도 또한 현실적으로 이 사회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비칠지라도 엄연히 귀중한 생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안락사란 어디까지나 산 사람 중심의 집착에서 유래한 편의성이랄까, 실용성의 관점이 개재되어 있지나 않은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더구나 불교는 살아 있는 생명체의 미래에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종교로서 여타의 동물과 곤충에 이르기까지의 살생을 죄악시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인간의 목숨을 현대의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편의적인 발상과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수단, 그리고 주변의 사정여하에 의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는 것은 그 어떠한 명분과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