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70퍼센트의 백인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누구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오바마는 암살될 것이라고 말했다. 70퍼센트의 백인들이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이 가능해졌고, 대부분의 백인들이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기념 연설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말이다. 특히 앵글로 색슨 족의 잉글랜드에게 마치 한일합방의 형식으로 흡수 통합된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미국은 억압과 전쟁이 없는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는 땅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종교와 계급, 그리고 종족과 성으로 인하여 억압을 당하던 유럽인들은 미국으로 이주해서 자유와 평화를 얻었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아메리칸 드림”이 가져다준 평화와 번영은 오직 백인들만의 것이었다. 백인들이 이주하기 이전부터 그곳에 살았던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유태인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고, 18세기부터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은 백인들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짐승처럼 살아야만 했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부터 아메리카에 발을 디디기 시작한 중국인이나 인도인 쿨리(농장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이전에 유럽 백인들에게 주어졌던 것처럼 아메리칸 인디언,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아메리칸, 그리고 중국이나 인도는 물론이고 일본이나 아랍 출신과 같은 코리안 아메리칸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이 펼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제 2차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은 수많은 식민지 국가들을 거느리며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을 대신하여 거대 제국이 되었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1948년 미국의 게티스버그를 방문하여 “이제 미국이 영국을 대신하여 세계 경찰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계 경찰국가의 미국은 새로운 인종차별이라는 방식으로 백인 이외의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거대 제국이 된 미국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그리고 일본의 식민지들이었던 나라들에서 식민지 나라들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일본의 편을 들어주었다. 미국의 유색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유색인 나라들에게조차 평화와 번영을 꿈꾸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미국이 이렇게 거대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소련이라는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명백한 적이 존재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89년 구소련의 붕괴 이후에도 미국은 “백인 앵글로색슨 프로테스탄트(WASP)”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왜곡된 “아메리칸 드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이미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미국의 소수 백인들만을 위한 “아메리칸 드림”의 신자유주의는 구소련의 관료사회주의처럼 스스로 붕괴되었다. 이것이 아마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미국의 수많은 백인들이 오바마를 선택하게 만든 계기였을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기념 연설에서 잃어버린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고 선언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백인들만의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피부의 색깔을 떠나서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미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세계 평화에 가장 커다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하나 더 언급했어야만 했다. “아메리칸 드림”만이 아니라 “글로벌 드림” 말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란과 같은 나라들의 “아라비안 드림”과 아직도 유럽 백인들의 제국주의 식민지 과정에서 만들어진 종족분쟁이 끝나지 않은 “아프리칸 드림”, 그리고 미국도 일정한 책임이 있는 분단된 남북 코리아의 평화통일을 꿈꾸는 “코리안 드림”에도 도움을 주겠다고 선언했어야만 했다.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미국의 정책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가 미국의 잃어버린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겠다고 나선 것도 미국의 일일뿐이다. 그가 모든 아메리카인들을 위한 “아메리칸 드림”을 달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와중에서 우리는 미국 백인들의 위대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평화적인 진보와 남북통일이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해야만 한다. 미국의 흑인과 백인이 하나가 된 것처럼 우리도 하루 빨리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모든 코리안을 위한 “코리안 드림”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장시기(동국대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