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문화유물 제125호(대웅전)

개성특급시 박연리 대흥산성. 970년 창건, 1797년 중건

고려의 도읍지였던 개성에는 불교진흥을 국시로 했던 고려의 정책에 따라 수많은 사찰들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개성에 현존하는 사찰들은 관음사, 안화사, 대흥사, 화장사 정도이고, 2005년도에 영통사가 남한의 천태종의 지원을 받아 복원되었다. 경주 못지않을 불도(佛都)였을 개성에는 곳곳에 불적(佛蹟)이 남아있다. 연복사지, 묘련사지, 개국사지, 천수사지, 왕륜사지, 구산사지, 봉은사지, 흥국사지, 숭교사지, 흥왕사지, 국청사지를 비롯 대흥산성 주변에도 무수한 절터들이 흩어져 있다. 사료에는 개성에만 무려 51개의 사암이 있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개성의 대표적 사찰 가운데 하나인 관음사는 개성특급시 박연리에 있다. 관음사 대웅전은 북한의 국보문화유물 제125호로 지정되어 있다. 박연리의 유명한 박연폭포를 지나 대흥산성 북문에서 성안으로 1km정도 올라가면 천마산 기슭에 관음사가 있다. 관음사는 970년 고려태조 왕건으로부터 ‘별대덕(別大德)’, ‘별화상(別和尙)’으로 칭송받던 법인국사(法印國師) 탄문(坦文)에 의해 창건되었다.

관음사는 1383년 조선 건국초기에 크게 확장되었다가 임진왜란 당시 불탄 것을 1646년(인조 24년)에 중창하였고, 지금의 건물은 1797년(정조 21년)에 고쳐 지은 것이다. 이 절은 원래 다섯 채의 당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웅전과 승방만이 있으며, 고려시기의 석조물인 7층석탑과 관음굴이 있다. 기본불전인 대웅전은 절 건물로서는 보기 드문 우진각지붕을 하였는데 내부에는 17포나 되는 중층의 닫집과 단청이 매우 화려하다. 내부의 조형물과 형상들은 삼존불상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관음사 대웅전의 창호는 꽃살문 조각 창호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것으로 이름이 나 있다. 특히 뒷문의 창호는 꽃병에 꽂힌 연꽃을 동판에 새긴 것인데 그 수법이 매우 세밀하고 유려하다. 창문 중 한쪽은 미완성품인데 여기에는 한 폭의 아름다운 전설이 전한다.

전설에 의하면 ‘운나’라는 유명한 목공소년이 이 꽃살문 조각을 맡아서 하고 있었는데, 작업 중에 어머니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불사중이라 절에서 보내주지 않자 끝내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한다. 소년은 울면서 이것이 자기의 재주 있는 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잘라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가 버렸다. 그리하여 문의 한쪽 조각은 완성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대웅전 옆의 바위벼랑에는 관음굴이 있는데 관음사가 있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관음굴 안에는 유백색 대리석으로 조각된 관음보살상이 안치되어 있다. 원래는 2구가 이곳에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평양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박물관소장품, 북한 국보문화유물 재145호)으로 옮겨졌다. 관음굴 관음보살좌상은 고려초기의 대표적인 조각품으로 그 보관이 우아하며 옷주름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이 성보는 고려시기 조각의 높은 조형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관음사 앞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운흥사터가 있는데, 그 곳에는 성거산마애삼존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