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부처님오신날, 등은 어두운 곳에 달아야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제대로 할 것 같아 다니던 사찰을 마다하고 집 부근에 있는 육군 제1공병여단 법왕사 봉축법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날, 생전 처음으로 열악한 군 불교 현장을 목격하고 일요일이면 먹을거리를 장만해 장병을 찾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자랑 같지만, 눈뜨고는 볼 수 없어 낡은 법당을 해마다 한 곳씩 네 곳이나 새로 지었고, 올해에도 컨테이너에서 법회하는 민통선 안의 일월성 대대에 법당을 마련하려다 보니 이런저런 인연으로 불자 여러분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마다 특히 스님들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가 ‘군종교구와 군승이 있는데 왜 당신이 나서느냐’는 말입니다. 그럴 때면 ‘차라리 군종교구가 없었으면’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에 고개를 내졌다가도, 실제로 불사를 추진하다 보면 눈에 띠는 군승의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군종교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물론 불사에 열심히 힘을 보태고 부대와의 협조를 이끌어 내시는 군승도 계십니다. 제1보병사단의 전임 법사스님은 예하부대에 법당이 필요하다고 맛있는 공양까지 대접하며 권선을 청하기도 했고, 또 후임 법사스님은 포교를 수행으로 삼으시고 정말로 불철주야 장병들을 돌보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법당 터를 닦고 단청을 끝낼 때까지 자기 말사를 짓고 있는데도 얼굴 한번 보이지 않는 군승이 있는가 하면, 개원법회조차 참석하지 않는 군승이 있습니다.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귀마개하고 법회하는 장병들이 안타까워 방석을 보내려고 수요조사를 부탁해도 감감 무소식인 군승도 있고, 법회자료를 공유하자고 하니 자기가 힘들게 만든 자료인데 왜 남 좋은 일 시키느냐는 군승이 있습니다.
군승들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이런 일이 최근 들어 다반사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오토바이 타고 이 부대 저 부대 돌며, 토요일과 일요일 시간을 나누어 일주일에 여덟 번까지 법회를 했다는 선배 군승들의 시절보다 지금의 군 불교 현장이 결코 나아진 것이 없음에도, 그런 포교 열정을 가진 분을 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필자가 처음으로 불사한 제3군수지원사령부 11보급대대 안국사의 모습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일이 소상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필자는 물론 대부분의 관계자가 공감하고 있는 종단의 제도와 관행의 문제가 군승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있는 것입니다. 시급히 원인을 드러내 해결하지 않고는 불교의 장래가 걱정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승 스스로가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승은 스님 가운데서 뽑힌 스님 중의 스님이시고, 또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법사라는 점에서 일반 스님보다는 우위에 있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국군의 간성으로 국가 방위라는 신성한 임무까지 수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불교를 살릴 최대의 포교현장인 군대에서 그 선봉에 계신 군승을 종단이나 교구가 얼마나 챙기고 격려하고 있는지, 또 불자들이 얼마나 공경하고 배려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