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덕양구의 국군 고양병원에는 군승은 없지만 자견사(自見寺)라는 참으로 잘 꾸민 법당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넷째 주 법회를 떠맡게 된 이곳에는 법당 설립 당시부터 20여 년이 넘게 입원환자와 병원근무 장병들이 참가하는 법회를 돌보시는 금강심 보살님이 계십니다.
그동안 이 분이 오시는 법회에는 경기도 양주의 한 조계종 사찰 주지스님이 설법을 맡아 해주셨는데, 새해 들어 스님께서 돌봐야하실 도심의 포교당이 생겨 더 이상 나오실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몸이 단 보살님이 스님을 대신할 법사를 여기저기 알아보시다가 종국에는 군종교구에 지원을 요청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군종교구의 대답이 ‘자견사는 한 달에 세 번은 법회를 하지 않느냐’하면서 ‘한 달에 한 번도 법회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고 하더랍니다. 그 말에 보살님이 크게 섭섭하셨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기 원하는 젊은 장병불자에게 법문을 들려주지 못해 노심초사하시는 노보살님이 들었어야 할 대답은 정말 아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필자도 화가 났습니다. 군종교구가 한 달에 한 번쯤은 법회를 안 해도 된다거나, 법회를 한 번도 못하는 법당을 지원하기에도 힘이 부치니 세 번하는 곳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한 달에 한 번도 법회를 못하는 법당이 많은데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군종교구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대급 법당의 일요법회는 군종교구가 아니라 상급부대에 배치된 군승이 처리해야 할 업무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20여년이 넘게 군 법당에 나와도 그 법당의 관리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모르시는 보살님의 입장에서는 군종교구에 어려움을 요청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육군 제12연대 운천리 대대법당의 폐사 당시의 처참한 모습. 마루 바닥에 나뒹굴던 불상을 차마 그대로 놓고 촬영할 수 없어 불단에 모셔놓은 후 찍었다. 사진=박호석 법사 제공
당시 전화를 받은 교구 직원의 말실수였기를 바라지만, 그간의 정황이나 교구의 역할로 보면 그런 말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사실 한 달에 한 번도 법회를 못하는 법당이 많거든요. 그러다가 폐사가 되고, 그곳에 모셨던 부처님은 마룻바닥에 나뒹굴거나 간혹 훼불 당하는 경우까지 종종 있어왔습니다. 2009년에 대불련 군포교지원단이 설립된 이래 문 닫은 법당을 찾아서 다시 법회를 연 곳이 세 곳이고, 법회 못하는 법당에 법사를 지원하고 있는 곳이 20여 곳이 넘다보니 이런 일은 다반사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군불교의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예하부대 법회를 챙기는 군승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법회를 한동안이나 못하고 있는데도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승을 뵐 때면 한 달에 한 번은 소임 사찰 법회를 다른 이에게 맡기고 예하부대 법당을 순회하시라는, 참으로 주제넘은 청을 드리고 있습니다. 또, 간혹 군 법회를 무리지어 다니는 포교사들을 보면 부처님이 전법의 길에 나서는 제자들에게 혼자서 갈 것을 권하신 것처럼 나누어 다니시라고 부탁을 드립니다.
법사가 없어 종교 활동을 못하는 법당이 꽤 많습니다. 스님이든, 법사든, 포교사든 전법의 길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또 우리 모두가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