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군종교구장 자광 스님께서 논산신병훈련소 연무대 법당 불사를 하시면서 중병을 앓으신 분처럼 쇠약해지셨습니다. 군 불교를 위해 ‘시주가 있는 곳이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겠다’ 하시던 스님께서 정말 지옥을 다녀오신 듯했습니다. 불사규모가 연간 종단예산의 3분의 1이나 되다보니 교구의 사업으로는 힘에 부치실 만도 하셨겠지요.
그런데 정말 절집이 궁해서 그런 고생을 하셨을까요? 이 정도의 불사를 단위사찰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재력이 있는 스님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힘이 드셨을까요?
찾아뵐 때마다 한국불교의 장래를 걱정하시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 불교의 가장 큰 문제는 종단은 돈이 없는데 교구는 많고, 교구는 부족한데 말사는 넘치며, 절은 가난한데 스님들은 부자라는 것’이랍니다. 물론 청빈한 삶은 사시는 대부분의 스님이나, 신도들의 시주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일부 사찰과 종단에는 얼토당토않은 얘기입니다. 그러나 소위 장자종단을 좌지우지하는 권승(權僧)들에게는 맞는 말이 아닌가요?
재정이 흩어져 있으니 힘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질 좋은 모래여도 화합하지 못하니 기초를 세우지 못하고, 본말사가 배부르니 종단의 위계가 서지 않습니다. 종단에 재정이 집중돼야 군·청소년·대학생 포교도 하고, 또 신도시에 절도 지을 테인데, 뿔뿔이 틀어쥐고 있어서 종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육군 제12연대 운천대대 석불사 법당의 안타까운 모습. 이번 폭설로 지붕이 내려앉았으나 수리하지 못해 법회를 할 수 없다. 사진=박호석 법사 제공
필자는 한국불교의 규모나 위상으로 보아 조계종의 연간 예산이 적어도 지금의 열 배는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만한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불교종단인 천태종이나 이웃종교인 천주교의 예를 보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도 실감합니다.
사실 군 불교예산은 지출 일변도의 예산입니다. 그러므로 종단이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군 포교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현재 종단의 예산지원은 흉내만 내는 수준이고, 대부분을 군종교구가 모연을 해서 확보해야 하는 형편이니 무슨 원력인들 제대로 세울 수가 있겠습니까? 군의 불교신자가 개신교의 절반이라니 예산도 그 수준은 되어야 할 텐데, 사정은 5-6%에 불과하니 군 불교가 이 지경이 된 것이지요.
현재 군종교구의 살림이 연간 10억 원 남짓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종단에서 2억5천만 원, 대한불교진흥원, 안국선원이 각각 1억, 자체 모금과 후원금이 5, 6억 원 수준. 이에 비해 개신교 16개 교단이 함께 꾸리고 있는 군선교연합회는 1백 70억여 원, 그리고 불교보다 교세가 적은 천주교도 50억여 원이나 된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천주교는 군신부가 각 지역 교회에 소속돼 있어 끊임없이 지역신자들의 지원을 끌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군승들도 은사가 있으니까 은사스님들이 도와주시면 될 터인데, 군승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으니 도움은 고사하고 은사 앞에 나타나기조차 주저하는 모양새가 아닙니까?
군 불교를 범불교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장은 조계종이 본사나 직할 사찰에 군 불교 분담금을 따로 정해 갹출하던가, 아니면 살림규모가 큰 직할사찰을 군종교구에 할당하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는 군 불교를 살릴 수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군 불교의 몰락은 한국불교의 공멸을 의미합니다. 특단의 지원대책이 시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