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회의석상에서 군종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스님으로부터 “포교사를 법사라고 하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군종교구 자료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법사란 부처님 법을 대중들에게 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스님을 의미한다’고 명기하고 있더군요. 그때서야 왜 군승들만 유독 군 법회에 온 재가법사들에게 꼭 ‘포교사’라는 호칭을 쓰는지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사실 대한불교삼보회 법사회장 소임을 맡아 일요일이면 군 법회에 나가 장병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필자에게 그 말은 참으로 듣기에 민망했습니다. 더구나 법회에서는 늘 장병들이 ‘법사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익숙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스님들조차도 법사로 호칭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육군 제11보급대대 관음사 일요법회에서 설법하고 있는 필자. 사진=박호석 법사 제공
부처님 당시에도 재가법사가 심지어는 출가사문에게까지 법을 설명했던 예가 종종 경전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행하며, 남에게 이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법사(dharmabhanaka)라고 정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찟따 장자와 핫따까 장자 같은 우바새 법사가, 그리고 쿳쭈따라와 벨루깐다끼야와 같은 우바이 법사가 불교사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고요.
또 <잡아함경>에서는 ‘오온의 집착, 애욕과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나 적정한 법에 이르도록 가르치는 사람, 연기법을 설명하고 그 고리에서 벗어나 해탈을 가르치는 사람, 그리고 사성제를 설명하고 팔정도를 가르치는 사람을 법사라고 한다’고 부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부처님의 법을 설명하는데 어떻게 출, 재가의 구분이 있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장병불자에게 그것도 정기적으로 부처님 법을 전하는 포교사가 법사가 아니면 누가 법사일까요? 요령 흔들며 천도재나 올리는 스님이 법사인가요? 물론 포교사 모두가 법사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어도 법회에서 부처님의 법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또 그렇게 실천하고 있는 포교사라면 법사라고 하여야 마땅합니다.
포교일선에서 활동하는 포교사들이 이구동성 섭섭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스님들로부터 듣는 ‘포교사가 하는 것은 설법이 아니야’, ‘포교사는 요령 잡으면 안돼’ 하는 따위의 말입니다. 더구나 열악한 환경에서 제 돈으로 먹을거리를 장만하여 국군장병들을 찾아 부처님 법을 전하고 있는 포교사들을 지원하고 격려해야할 책임이 있는 군종교구가 오히려 그들의 신심을 꺾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주지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절에 머물며 삼보를 지킨다는 의미인 ‘주지(住持)’가 승려만 쓸 수 있는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주하는 군승이 없는 군 법당에 재가법사(민간인 성직자)를 주지로 임명해서 관리를 철저히 해보자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보지만 재가가 주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대한 스님들의 반발 때문에 요즈음은 말도 못 꺼내고 있습니다.
사실 군승이 상주하는 법당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군 법당에 모신 부처님은 부처님오신날과 같은 명일에도 여법한 공양 한번 받으시기가 어렵습니다. 법당과 법회를 관리할 책임자가 없으니 포교사들은 각자 맡은 주에 법회나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지요. 상급부대 군승이 관리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그런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고사하고 스님의 권위의식 때문에 대사를 그르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하루속히 군승이 없는 법당의 관리와 지원 방안을 종단이나 교구에서 마련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