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의 어른으로 후배와 제자들 공부 점검하시고, 종단이나 문중 대소사 챙기시는 회주(會主)스님께, 그리고 일대사 해결하시어 응공(應供)의 지위가 되셨으니 이제 바랑을 걸어두셔도 될 한주(閑主)스님께 불경을 무릅쓰고 간곡히 아룁니다.
전국의 회주·한주 스님!
이 사바의 중생들이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스님들께서는 한 결 같이 문중일이나 챙기시고, 일대사 해결하셨다고 쉬고만 계십니까? 아니면 사제나 상좌에게 주지 맡기니 하는 짓 못마땅하다고 별채에서 속이나 끓이고 계십니까?
남의 종교 얘기라서 입에 담기 싫지만 대부분 목사는 정년이 있어 뒷방으로 물러나면 복음이 미치지 않는 시골이나 군부대의 교회에 머물면서 여생을 전도에 바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후방을 막론하고 대대급 부대의 일요일 예배는 물론이고 평일에도 장병들과 상담을 위해 상주하는 나이 지긋한 민간인 목사를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불가에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간혹 점안식이나 수계법회와 같은 행사를 제외하고는, 군승이 없는 법당에 상주하거나 정기적으로 일요법회를 맡아하시는 원로급 스님들을 만나 뵙기 어렵습니다.

비구니 대해 스님이 상주하시는 제30사단 호국쌍용사는 군불자 장병들로 항상 활기가 넘친다. 사진=박호석 법사 제공
물론 매주 군 포교에만 전념하시는 스님도 있고, 또 군 법당에 주지로 상주하시는 비구니 스님들이 계시지만 그 수는 정말로 희유합니다. 그러다보니 군승이 없는 법당은 법회조차 열기 어려운 곳이 많고, 나아가 장병들의 신앙상담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 군 불교의 딱한 모습입니다.
전국의 회주·한주 스님들!
다 아시는 것처럼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신체가 건장한 대한민국 젊은이는 누구나 신병교육대나 훈련소로 입대하면 종교 활동을 의무적으로 합니다. 이때는 무종교자의 상당수가 친 불교적 성향을 가진 때문인지 법당을 찾는 병사가 교회보다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훈련을 마치고 임지에 배속되면 거기에는 법당도, 법사도 없거나, 적어서 불교신자가 교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현재 군 불교의 현황을 보면, 군종장교와 신자 수는 교회의 절반, 법당은 교회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군종 소임을 대신하는 민간인 성직자 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교가 부족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불교의 장래가 어찌될지는 불 보듯 자명하지 않겠습니까?
회주·한주 스님!
그래도 아직 희망적인 것은 신병교육대나 훈련소에서 절을 찾는 장병이 교회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과, 법회를 잘 꾸리고 있는 법당은 불자장병이 교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입니다.
감히 단언하건데 만약 우리가 이웃 종교의 절반만이라도 예산과 인력지원을 해서 군 불교를 보살핀다면 당장 신자수의 역전은 물론이고 나아가 우리불교를 젊게 할 수 있습니다.
전국 사찰에 머물고 계신 회주·한주 스님!
이 가슴 벅찬 불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개신교가 드디어 불교를 제치고 신자 수 1위에 올랐다는 인터넷 언론보도가 나온 날, 이렇게 간곡히 동참을 청하옵니다. 박호석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