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사단의 신병교육대에 보내기 위해 갓 입대한 민간인들에게 처음 군복을 입히는 곳이 보충대다. 그리고 그 보충대에 며칠 머무는 사이에도 종교 활동 시간이 존재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불교·개신고·천주교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경기 의정부에 위치한 제306보충대에도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보통 4, 5백 명의 예비훈련병들이 법당을 찾는다. 그런데 작년 봄, 이 법당을 짓고 법회를 맡아하던 포교사께서 갑작스런 병환으로 법회를 못하게 되어 지원 요청이 왔다. 처음 군대라는 곳에서 이틀 밤을 지내서 그런지 잔뜩 겁먹은 표정의 예비훈련병이 5백여 명이나 모이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니 법회가 문제가 아니라 음료수 하나에 초코파이 2개를 준비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도저히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나타나신 도인이 금강 스님이었다.
6척은 훨씬 넘을 듯 큰 체구의 젊은 스님이 목소리도 우렁차고 한눈에도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말씀을 들어보니 운수납자로 이산 저산에서 수행을 하시고는 중생제도(스님은 포교라고 하신다)의 큰 뜻을 품고 하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거처도, 포교할 대상도 정한 것이 없었는데도 군 포교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면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포교하면 신도를 모아야 하는 걱정이 없으니 꼭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청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군 포교는 몇 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번 시작하면 몇 년은 해야 하고, 또 설법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장병들이 먹을 간식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는, ‘스님께서는 주석하시는 절이나 도와 줄 신도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만 두시라’고 만류하였다. 그런데도 스님은 ‘강원도 미시령에 있는 화암사에 가서 부전을 살아 한 달에 1백만 원을 벌면, 그것 가지고 2주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시면서 기어이 법회를 맡으시겠다는 의지를 보이시기에 ‘그럼 1주만 해보자’고 했다.
스님께서는 정말로 화암사로 들어가 부전을 사시면서 한 달에 한 번 빠짐없이 법회를 위해 서울로 오셨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님의 포교 원력이 가속되어 거처를 아예 서울로 옮기시고는, 306보충대 법회 말고도 한 달에 제2군수지원사령부 법당을 2번, 서울불교청년회에 2번을 나가신다.
필자는 금강스님이 어느 문중에 은사가 누구신지 여쭈어 본 일이 없다. 이미 보살이신데 무슨 문중과 은사가 중요하랴.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은 당신이 모시고 계시는 노스님의 병환으로 화암사 부전 소임을 그만 두었는데도 장병들 간식 마련하는 일을 걱정하지 않으신단다. 스님께서 참다운 보살행을 하시니 돈 걱정을 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부처님이 아신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