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51탄약대대 법당은 대대 단위의 법당이지만 전통양식에 요사까지 갖추었다. 그런가하면 제9사단 수색대대 법당은 다 찌그러진 양철 지붕과 벽에 방바닥이 지면보다 낮은, 간이 화장실만도 못한 건물에 부처님만 모신 참으로 형편없는 법당이다. 그나마 제1전차대대는 그런 공간조차 없어서 사병 식당에서 법회를 한다.
40평 법당을 어느 곳은 2, 3억 원을 들이지만, 어느 곳은 5천만 원에 짓기도 하고, 또 어디는 낡은 건물 수리해서 쓰기도 한다. 필자가 화주를 자청하여 지은 제11보급대대 안국사도 1억 5천만 원이나 들였으니 교회를 짓듯 하면 두 채는 지을 수 있는 돈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절은 절다워야 한다는 대중의 주장을 꺾을 수가 없어서다.
절답다는 것은 기와를 얹고, 단청을 하고, 삼존불과 탱화를 모시고, 요사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와집이 아니라고 절이 아닌 것이 아니고, 삼존불과 탱화 없다고 법회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교를 처음 접하는 장병들은 울긋불긋한 채색에 여러 수의 부처님 모신 것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단언하건대, 그냥 내 집같이 아늑한 공간에 부처님 한분 단아하게 모시고 심신을 편히 쉴 수 있는 분위기로 꾸미는 것이 돈도 덜 들고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게 꾸민 안국사는 따뜻한 방바닥이 있어 부대행사를 법당에서 하고, 혹한기 훈련에 언 몸을 녹이는 장병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또, 잘 지은 법당에서는 훌륭한 법사에 피자·햄버거 먹지만, 남루한 법당에서는 법사도 그렇거니와 초코파이 두 개도 차지가 안 온다. 똑같은 부처님 자식인데 왜 그럴까? 우리가 나누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두고 불교를 안다는 사람이면 이구동성 하는 말이 인과타령이다. 그 절은 그 인연밖에 안 되니 도리 없지 않느냐는….
사실 인과법이 부처님 법이니 거기에 추호의 의심이 없다. 그렇지만 법당 문 닫은 것도 인과고 새로 여는 것도 인과라고 치부하고 만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야 함이 인과이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인과가 아닌가.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 참으로 이웃에 대한 배려를 잘못하는 것이 불자이고 절집인 것 같다. 그러니 사회적 공헌도가 가장 적은 종교가 불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겠지만.
스스로가 어렵다면 교구가 나서서라도 부대규모별 법당 표준설계도를 만들어 과잉투자를 막고, 어려운 곳을 돕게 하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