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1사단 호국전진사 주지법사로 왕성한 포교활동을 하시던 작은 체구의 범망법사께서 강원도 양구의 모 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달에 한 번 신병교육대대 공연법회를 지원하면서 자주 만나기도 했고, 볼 때마다 장병들과의 친화력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포교에 열심이신 법사님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가 좋았었다.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이번 겨울을 그것도 강원도 최전방 사단에서 나시게 된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그리로 옮겨간 이후 안부 한 번 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해서 폭설을 핑계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 상투적인 인사 한 마디 없이 하시는 말씀이 이렇다.
“대불거사님!(법사님은 필자가 대불련 활동을 한다 해서 그렇게 부르다) 여기서는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에게 초코파이 2개를 못줍니다.”
수도권과 가까워 사정이 나은 서부전선에도 지원이 안 돼 문을 닫은 법당이 여럿이 있지만 그래도 신병교육대 만큼은 간식이 조달되고 매달 위문법회(공연)까지 열리고 있는데, 조금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형편이 어려운 줄은 정말 몰랐다.
가슴이 아팠지만 그날, 아니 지금까지도 법사님께 어떤 도움도, 또 도움이 될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 대불련 군포교단도, 또 필자 스스로도 동부전선까지 지원을 확대할 경제적 능력과 체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접할 때마다 종단에서 교구별로 지원 법당을 의무적으로 배정하면 아니 되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군종교구가 사부대중을 대상으로 모금하여 초코파이를 사서 보내기도 하지만, 전방부대의 사정은 이토록 열악하니 어쩌면 좋을 것인가.
그나마 군법사가 있는 사단이나 연대 단위의 법당은 그런저런 지원이라도 있지만, 재가 포교사들이 맡고 있는 법당은 어떤 지원도 없다. 더구나 올해 군종교구의 업무계획에도 현역법사보다 더 많은 법회를 담당하고 있을 포교사들에 대한 지원이나 배려는 아예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모두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그저 신심으로, 포교를 수행으로 알고 할 뿐이니 도중에 지쳐버리게 되고 결국은 법당이 폐쇄되는 상황을 맞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닐까?
종단이, 아니 범불교적으로 군 포교에 대한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회와 장병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군 법사가 초코파이 값을 마련하기 위해 탁발에 나서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포교사가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신이 나서 장병에게 달려가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