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훈련병들이 법당을 찾는 비율은 결코 교회보다 적지 않다. 이는 논산훈련소나 보충대, 신병교육대, 그리고 각 군의 교육사령부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종교 활동 의무가 없는 자대에서는 대략 교회가 절반을, 그리고 그 나머지를 법당과 성당이 분담한다.
이런 현상을 무종교자의 상당수가 불교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종교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불교신자의 성향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이유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군에서만은 법당과 법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서부전선의 육군 제1포병여단에는 군법사는 없지만 모두 3곳의 법당이 있었다. 그 가운데 ‘법해사’와 ‘현오사’는 포교사 두세 분이 어렵게 법회를 유지하고 있고, 예전에 군종병이 법회를 주관했다는 ‘약초사’는 이미 오래전에 폐쇄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곳에 교회는 법당의 10배가 넘는 23곳이나 있다. 얼마 전까지도 19곳이던 것이 1년 사이에 4곳이나 더 늘었다. 그리고 이 많은 교회를 군목 한분과 22명의 민간인 목사가 관리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 포교의 총수이신 군종교구장 스님의 올해 방침이 새로운 법당을 짓는 일보다는 참 불자 양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하신다. 법당이 있고 법사가 있어야 참 불자도 양성하는 것을 스님께서도 모르시는 것이 아닐 터인데, 그리 말씀하신 이유가 달걀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을 하느니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시겠다는 말씀일 것으로 이해한다.
사실, 군 법당을 교회나 성당 짓듯이 하면 큰돈 드는 것이 아니고, 법회 못하는 군 법당에 법사 보내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만이 아님을 직접 군법당을 지어보고, 한 달에 40여 법사를 군부대에 보내는 일을 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우리 절집에 돈이 없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온 사찰이 불사를 안 하는 곳이 거의 없고, 벽에도 모자라 바닥은 물론 기둥과 서까래까지도 금을 입히고 화장실을 단청한 절을 보면 그렇다. 또, 공찰 소임가지고도 자기 절 짓고, 오피스텔·아파트로 토굴 장만하는 것이 유행인 것을 보아도 그렇다. 그리고 조계종 포교원에서 양성한 포교사가 3천을 훨씬 넘으니 사람이 없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왜?
한마디로, 관심과 의지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