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11보급대대의 자그마한 법당에 얽힌 이야기다. 이곳은 그동안 법사가 없어 법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법사를 자청했다. 그동안 열리지 못한 법회가 매주 열린다고 하니, 15평 남짓한 낡은 법당으로 장병들이 모여들었다.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찾아오는 장병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 무턱대고 법당 신축 불사를 시작했다. 더구나 국군 영현봉안소와 실미도 희생자 유해를 안치하고 있는 부대라서 이들 영가를 천도하고 위로하는 일이 지중하여 여법한 기도도량이 절실히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략 3천여 사찰과 불교단체에 권선문을 발송하고, 또 그런 소식이 교계 신문에 까지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모연이 거의 이루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비구니 스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참으로 너무 딱한 일입니다. 어째서 젊은 영가를 위로하고 불자를 인도하는 군 법당을 그 지경으로 두었답니까? 시주 밥으로 먹고 살아 넉넉한 살림은 못되지만, 백중기도 끝나면 한 5백만 원은 보낼 수 있으니 적더라도 불사를 잘해주세요.”
권선문을 들고 통사정을 해도 기껏해야 몇 십만 원 모연이 고작이었는데 5백만 원이라는 거금도 그렇고, 하시는 말씀에 목이 메어 간신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스님을 뵙지 않고는 다른 일을 못할 것 같아, 그 흔한 지도 찾기에도 나오지 않는 절 이름을 묻고 물어서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님이 계신 곳은 충청도의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한 구석에 자리한 아주 초라한 사찰로, 무엇으로 먹고 사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스님은 절집에서는 적은 돈이라도 쌓아두면 안 된다 하시며, 돈이 생기는 대로 어려운 이웃에 주고 당신은 단청도 못한 법당에서 사시고 있었다.
그 후에도 스님은 본존불까지 새로 봉안해야 하는 불사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그 비용도 마련하겠다고 음료수 상자로 복전함을 만들어 한동안의 시주를 모아 보내주셨다.
군 법당 신축불사를 하면서 어느 곳이나 똑같은 권선문을 보냈지만 내로라하는 사찰이나 교구 본사에서는 단 한 푼도 보태준 곳이 없었다. 대부분이 행원스님처럼 어려운 살림을 하는 절이거나, 그것도 비구니 스님들의 정성이 전부였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비단 필자만이 아니라 군 포교현장에서 대중의 도움을 갈망하고 있는 군 법사들 모두가 체험하는 보편적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후, 필자는 ‘무주상 보시’가 아니라 시주한 돈이 무엇에 쓰이는지를 알고서 시주를 하라고 불자들에게 권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