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연풍으로 가는 중요한 고갯길이 조령(鳥領)이다. 그 3관문을 지나자마자 오른편, 12미터의 수직 벼랑에 나란히 앉은 두 분의 부처상이 보인다. 이처럼 두 분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경우는 한국불교미술사에서 흔하지 않은 예이다. 이를 이불병좌상(二佛幷坐像)이라 부르는데, 두 분을 《묘법연화경》의 견보탑품(見寶塔品)에 나오는 석가여래와 다보여래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암벽의 상단 움푹한 감실 안의 두 부처님은 손상이 심하여 넓적한 얼굴에 침울한 표정만이 두드러져 보인다. 두 팔을 배 앞으로 모은 듯한 자세인데, 하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모가 심하다. 머리 주변엔 각각 5구의 화불이 에워싸고 있다.

동향한 마애불의 건너편 산기슭에는 거북바위가 솟아 있고, 그 위쪽으로 수옥(漱玉)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고려 말 나옹선사가 전국을 헤매던 중, 수옥계곡의 물맛을 보고 신풍리 절골에 상암사라는 절을 짓고 도를 닦았다고 전해온다. 하지만 상암사는 6·25전쟁 때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터마저 저수지에 수몰되었다. 이 마애불은 신라말 금정산 범어사의 고승 여상(呂尙)이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양식적으로는 분명한 고려불이다. 이 마애불과 관련된 일화들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당시 중국 명나라 군대의 이여송이 이 부처들의 모습이 장군과 같다고 하여 조선의 혈맥을 끊기 위해 코를 떼어갔다고 한다. 또 6·25전쟁 때는 미군들이 불상을 표적삼아 총을 쏘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마애불의 깨어진 얼굴과 두 팔목에서 굳은 상처가 되어 고스란히 남겨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