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사 말사인 보타사 대웅전 뒤에는 온몸을 호분으로 칠한 하얀 보살상이 있다. 흔히 백불(白佛)이라고 불리는데, 백불로는 서울 홍은동의 보도각 마애보살좌상이 더 유명하다. 바위면에 저부조로 새긴 두 보살상은 비슷한 점이 많다. 달걀형으로 부드럽게 살진 얼굴이며, 솜씨 좋게 표현된 주름들이 옷자락 사이로 유연하게 흘러내린 점이 그러하다.

이 보살상의 바위면은 보도각의 백불보다 덜 굴곡져 있다. 마치 신체의 부드러운 선들이 바위에서 유영을 하는 듯하다. 널찍하게 자리잡고 양발을 포개 결가부좌한 자세로, 오른손은 어깨높이로 올려 엄지와 검지를 맞대었고, 왼손은 무릎 밑으로 내려 엄지와 중지를 맞대었다. 아미타구품인을 염두에 둔 듯하다. 머리의 보관이나 목걸이와 팔찌 장식이 호사스럽다. 보살상의 왼쪽으로 ‘나무금강회상불보살(南無金剛會上佛菩薩)’ 등이 새겨진 원패(願牌) 모양의 장식이 보인다. 원패는 불보살의 이름을 적어 불단 위에 놓는 목제 장식물인데, 그 형태를 마애불에 새겨놓은 점이 흥미롭다. 원패는 시대마다 유행된 문양이 다르다. 이 마애원패처럼 연꽃받침과 연잎이 장식된 직사각형 형태는 고려 사경의 제목 꾸밈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고려 말에 유행했던 장식문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