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산 서남쪽 대승사에서 묘적암(妙寂庵)으로 가는 첩첩계곡에 마애불이 모셔져 있다. 그래서 처음 이 마애불을 찾았을 때는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묘적암까지 힘들게 올라가서 묵언정진하는 스님에게 길을 물으니, 스님은 말없이 땅바닥에 약도를 그려주었다.

부처님은 여느 마애불처럼 남향한 단애(斷崖)의 바위면에 얕은 부조로 곱게 다듬어져 있다. 고려 후기 마애불의 전형적인 저부조 수법을 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 광배는 머리의 두광과 몸에서 나는 신광이 둥글게 퍼져 나가는데, 두광 위로는 모자를 씌우듯 바위틈에 보개(寶蓋)를 끼워놓았다. 보개란 부처의 장엄을 나타내기 위해 불상의 머리 위에 놓은 장식으로, 전각 안에 모셔진 불상 위에는 대개 용과 구름이 화려한 닫집으로 장식한다. 오른손은 가슴 앞으로 들어올리고 왼손은 배 앞에 받친 변형된 수인 형태를 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처의 머리 부분 양옆으로 영지버섯 모양의 문양이 돋아 있다. 인근의 사찰 중에서 기강이 꼿꼿한 선승이 모이는 곳이 대승사이다. 그런 기세와 맞아떨어지게도 역시 마애불마저 묘한 화두를 던진다. “부처님, 왜 뿔을 달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