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는 고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법보(法寶)사찰로 이름난 곳이다. 해인(海印)은 화엄경의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따온 것으로, 깊고 넓고 고요한 완전한 경지를 뜻하는 말이다. 그 의미는 사원의 경내보다 큰 홍류동 계곡의 상류, 백연천의 깊숙한 골짜기를 따라 힘들여 한 시간 이상을 올라가 만나는 마애불에서 찾을 수 있다.

마애불은 가야산 정상 기암연봉(奇巖連峰)을 배경으로 장대하게 서 있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해 있으니 우리나라 마애불 가운데 가장 하늘 가까이에 닿아 있는 부처인 셈이다. 군집된 바위들 가운데 가장 큰 바위에 조성된 마애불은 동남향으로 서 있어 아침 햇살이 들 때면 화려하게 피어오른 가야산 기암들과 함께 부처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환상적인 극락의 세계이거나 도솔천의 분위기가 그렇게 연출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 마애불은 합천과 고령의 산세를 끼고 사는 사람들을 묵묵히 응시하고 있다.

마애불은 7미터가 넘는 배 모양의 선바위 면이 꽉 차게 조각되어 있다. 장식 없는 둥근 두광에 상호는 탱탱하며 그 내부에서 근엄한 표정이 배어나온다. 어깨가 널찍하게 벌어져 몸매의 균형이 견실하고, 소발의 육계를 높여 부처의 위엄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중부조의 간결하면서도 탄력 넘치는 입체감이 신라 말에 형성된 지방호족 세력의 미의식을 떠오르게 한다. 양어깨에 걸친 법의는 ‘U’자형으로 넓게 옷주름이 접혀 있고, 그 사이로 다리 윤곽이 보인다. 당차게 내민 가슴은 속옷으로 꽉 조인 듯하고, 왼쪽 어깨에서 팔목에 걸쳐진 옷자락은 바람에 날려 출렁이는 모습이다.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맞대어 올렸고, 왼손은 가슴 앞에서 구부린 자세인데, 아미타구품인의 변형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