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용봉산(龍鳳山)은 평야지대에 펼쳐진 바위산이다. 산 정상 가까이에 ‘노각시바위’로 불리는 암석이 상봉의 거대한 용봉바위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다. 안쪽으로는 약간 비스듬히 기울어진 바위의 남쪽 면에는 광배 모양의 감실형태를 오목하게 파고, 그 안에 중부조로 마애불입상을 조각해 놓았다.

마애불 앞의 널찍한 공간은 백제의 가람터로 전해진다. 통일신라와 고려 초에 여러 번 중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으며, 지금은 마애불 동편의 낮은 터에 조선시대에 세워진 용봉사만이 자리잡고 있다. 마애불 앞 백제의 옛 가람터에서 마애불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면 상상 이상으로 너른 홍성평야가 펼쳐진다. 홍성에서 바라본 용봉산의 낮게 펼쳐진 모양새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광활한 풍광이다. 그래서 마애불에 실어낸 홍성 사람들의 염원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마애불은 신라 말 홍성 들녘을 관장한 호족세력에 의해 조성되었을 것이다. 몸매에 비해 얼굴이 큰 편이며, 육계가 높고 턱도 제법 살이 올라 있으나 이목구비는 부드럽다. 이런 인상이고 보니 밝은 햇살 속에서는 더없이 온화한 마애불이 된다. 자세히 보면 입술에 채색의 흔적이 남아 있다. 왼손은 가슴 부분에 올려 손바닥을 밖으로 내보인 여원인의 수인이며, 기다란 오른손은 다리 옆으로 붙여 무릎 아래까지 닿는다. 양어깨에 걸친 통견의 법의가 ‘U’자형의 둥근 호선을 그리며 내려오다 다시 양다리로 나뉘는 형태인데, 실상 옷주름의 사실감은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편이다. 8세기의 이상미가 빠진 9세기 신라불상의 도식화된 표현이다. 양발은 별개의 돌로 조각하여 붙였고, 두광 위로 팔작지붕 모양의 지붕돌을 올려 천개(天蓋)로 삼았다. 이 역시 9세기 이후 고려 마애불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형식이다.

용봉사 입구에서 799년에 제작된 소규모의 마애불을 만나게 되는데, 이 마애불의 양식을 따라 한두 세대의 후배 조각가들이 크기만 확대하여 조성한 거불이 노각시바위의 마애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