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낭산마애삼존불 통일신라 8세기. 본존높이 0.9미터

보물 제665호. 경상북도 경주시 배반동.

낭산은 경주의 중악(中岳)이다. 이곳에 중생사라는 절이 있는데, 능지탑에서 곧바로 이어진다. 연화탑으로도 불리는 능지탑은 통일의 대업을 이룬 신라 문무왕의 화장터로 알려져 있다. 문무왕이 “임종 후 열흘 안에 고문(庫門) 밖 뜰에서 화장하라”고 유언했다는 『삼국사기』기록에 따라 이곳을 그 화장터로 추정하게 된 것이다.

마애불은 중생사의 왼편, 땅으로 내려앉은 남향한 암벽에 새겨져 있다. 불륨감 있는 중부조로 조각하였으며 지장보살과 신장상이 삼존을 이루고 있는 흔치 않은 구성이다. 바위 균열이 심하여 자세히 살피기 어렵지만 본존상은 머리에 육계나 별다른 장식이 없고 두건을 쓴 것으로 보여 지장보살로 추정된다. 좌우 협시상은 갑옷을 입었으며 무장한 신장상으로 보인다. 좌협시상은 오른손에 검을 쥐었고 우협시상은 양손에 무기를 들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빠져 고통받는 마지막 중생 하나까지 모두 구제하기 전에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서원한 부처격의 보살이다. 곧 자신의 성불 전에 다른 중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이상적인 대승불교의 형태인 보살행이며, 큰 수레에 많은 중생을 싣는다는 의미에서 대승(大乘)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명부(冥府)에 가게 되니, 죽은 뒤 제사를 명부전에서 올린다. 중생사와 능지탑의 관계를 미루어볼 때, 지장보살이 여기에 새겨진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그토록 균열이 심하여 마애불을 조성하기에는 악조건인 바위인데도 지장삼존을 새긴 것은 아마도 문무왕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