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신계리마애불좌상. 통일신라 9세기. 높이 3미터

보물 제423호. 전라북도 남원시 대산면 신계리

신계리의 풍악산 중턱, 동쪽 능선의 잡목과 솔숲에 몇 개의 바위더미가 쌓여 있다. 그 사이에서 꼿꼿이 등을 세운 고부조의 마애불좌상을 만나게 된다. 동향으로 앉아 있는 부처의 가늘고 날카로운 눈매에는 냉기가 서린 듯하다. 도선(道詵)국사가 하루 만에 조성한 불상이라는 이야기는 신이(神異)한 느낌을 덧대기 위해서 전해졌을 것이다.

팽팽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이 마애불은 신라 말 남원의 호족세력들이 조성했음직한, 풍만하면서도 당찬 몸매이다. 법의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채 왼쪽 어깨에 걸친 옷자락이 밖으로 접혀진 우견편단(右肩偏袒)이다. 배 앞에 모은 양손은 설법인(說法印)과 유사한데, 왼손은 허벅지에 얹고, 위쪽의 오른손은 집게손가락을 길게 뻗은 특이한 모습이다. 수인만으로 어떤 부처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연꽃이 만개한 형태의 두광에는 연주문이 돌려지고 신광(身光)으로도 이어져 있다. 안으로 살짝 오목하게 다듬은 광배에는 불꽃무늬가 얕은 돋을새김으로 뻗어 있다.

산중에 은둔한 형국의 마애불이지만, 그 위치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동남향으로 남원시와 교룡산성, 그리고 멀리 지리산 자락이 광활하게 흐르는 풍광이 전개된다. 풍수도참설의 대가 도선국사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오는 곳인 만큼 최상의 명당에 불상을 점지했음을 알게 해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