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백운대마애불입상. 통일신라 9세기. 바위높이 7.3미터

불상 높이 4.6미터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206호. 경주시 내남면 경계리

경주 남산의 남쪽 맨 끝자락에서 개천을 건너 마석산 중턱쯤에 이르면 백운대를 만난다. 남산과 마석산 사이, ‘흰 구름이 머무는 계곡’이라는 백운계의 커다란 암벽에 미완성의 불상이 하나 있다. 마애불의 상호 부분과 목의 주름인 삼도, 그리고 양어깨는 비교적 잘 다듬어진 편이다. 야무진 입술 탓에 약간 사납게 보이기도 하고 무뚝뚝한 표정인데, 체구가 당당하다.

부조의 맛이 좋아 풍만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 마애불입상은 미완성이어서 더욱 흥미를 끈다. 정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어 돌을 쪼는 수법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암벽에 불상을 그려놓고 주변을 쪼아 들어갔다. 불상 주변을 따라 길쭉길쭉한 정 자국들이 얕은 감실을 이루었는데, 마치 불상의 화염무늬 광배 같은 인상을 준다. 불상의 윗부분부터 작은 정으로 점점이 쪼아 다듬어 내려오다 어깨부분을 마무리하고 중단한 상태이다. 얼굴을 먼저 완성하고 그 다음은 손으로 옮겨간 듯, 여원인의 왼손과 손목으로 흘러내린 옷자락은 세부 묘사가 시도되어 있다. 위로 올린 오른손의 시무외인은 엄지만 살짝 드러낸 채이고, 발은 거칠게 쫀 상태 그대로이다. 이를 통해 상호에서 손으로, 발로 그리고 의습으로 진행된 조각의 순서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마애불입상은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석조 인물상처럼 완전히 다듬은 매끄러운 맛과는 또 다른 질감과 예술미를 느끼게 해준다. 거칠게 정 자국을 남기는 수법은 고려 마애불상의 형식으로 정착되기도 하였다. 마애불입상의 발 아래 바닥의 암반은 여근석처럼 굴곡져 있다. 마애불의 정면에 서면 여근석 위로 마애불이 서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마애불 입상의 외곽 감실 모양이 남근형이니, 민간신앙의 음양석을 그렇게 조화시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