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천동 마애삼존불. 통일신라 9세기 본존높이 3미터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94호. 경주시 동천동 소재.

경주시 동천동 소금강산에는 백률사(柏栗寺)가 있다.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될 수 있게 한 이차돈의 순교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는 절이다. 또 백률사 입구의 굴불사지 사방불은 신라불교를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8세기 경덕왕의 방문설화가 전하는 신라왕실의 주요한 유적이다. 백률사 뒤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 소금강산 정상에 서면 경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소금강산은 해발 200미터도 안 되는 낮은 봉우리이지만, 경주의 북쪽을 가로막는 군사적 요충지이다. 정상에서 백률사의 반대편 동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북향한 바위에 선각된 삼존불이 나온다. 꽤나 큰 암반에 새겨진 마애불은 솔밭 숲에 은밀히 숨어 있지만 현지에서 보면 경주를 방호하는 의미로 조성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조각은 얕은 부조이며, 바위의 표면에 박락이 심하여 본존의 몸과 왼쪽 협시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본존의 얼굴은 부은 듯한 둥그스름한 모습이지만 올라간 눈매가 비교적 당당한 위엄을 과시한다. 9세기 불상의 전형적인 표정이다. 오른쪽 협시보살은 보관에 화불인 작은 부처가 표현되어 있어 관음보살상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삼존불은 세지보살과 협시를 이루는 아미타삼존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