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봉황리마애불상군. 신라 7세기. 반가사유상 높이 1.3미터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131호. 충주시 가금면 봉황리.

중원 봉황리 내동 ‘해가 뜨는 곳’이라는 햇골산 기슭 암벽에 마애불 군상이 조성되어 있다. 남한강변의 비옥한 봉황 들녘을 가로질러 작은 개울을 건너면 햇골산이다. 산기슭을 30미터 정도 가파르게 올라가면, 봉황 들녘과 남한강을 조망하는 폭 5미터 정도의 암벽에 남동향의 마애불상군이 부조되어 있다. 바위의 균열과 풍상에 따라 상들이 심하게 마모되어 세세하게 살피기는 어렵지만, 군상의 형태가 독특하여 주목된다. 바위면이 약간 누워 있어 불상군의 위쪽에 돌출된 바위가 자연스레 보개를 이룬다. 연이은 2미터 크기의 마애불은 별도로 모셔져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 군상이다.

먼저, 미륵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 한 보살상들의 군상이 주목된다. 반가상의 왼편에 보살 한 분, 오른편에 네 분의 보살이 각각 연화대좌 위에 중부조로 새겨져 있다. 중심이 되는 반가사유상의 얼굴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오른발을 왼쪽 다리 위로 올리고 오른손을 볼에 갖다 댄, 삼국시대 후기에 유행한 전형적인 미륵반가사유상이다. 반가상의 왼편 보살상의 얼굴도 손상이 심하다. 몸은 길고 가는 편이며, 손은 느슨하게 합장한 자세이다. 반가상의 오른편 보살상들도 이와 유사한데, 배 앞으로 손을 모았거나 보주를 든 양손으로 반가상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한편, 반가상과 오른쪽 보살상 사이에 상반신만 조각된 보살상이 보인다. 군상을 이루었을 때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중첩한 구성법이다. 이런 구성법은 인도나 중국의 표현방식으로, 우리나라 마애불에서는 드물다. 보살상 얼굴에는 여린 미소가 은근하게 배어 있다.

두 번째 군상은 미륵반가사유상의 바위면과 연결되지만, 그 사이의 바위가 깨져 별도의 예배공간처럼 보인다. 61센티미터 정도의 불좌상과 무릎을 괸 공양상이 새겨져 있다. 본존은 갸름한 얼굴에 귀가 길고, 소발의 육계가 높다. 어깨높이로 올린 오른손은 손바닥을 보이고 왼손은 팔을 굽혀 아래쪽을 향해 폈는데, 부처의 자비를 뜻하는 시무외·여원인의 수인이다. 어깨가 넓고 목선이 길게 내려온 법의는 굵직한 ‘U’자형의 주름을 이룬다. 양다리를 넓게 벌려 앉은 결가부좌의 자세이지만 무릎 아래로 바위가 부스러져 있다. 그 오른편으로 본존을 향하여 있는 작은 공양상은 관을 쓴 것으로 보이며, 오른쪽 허리춤에는 원형 고리장식이 있고 그 안에서 천의가 길게 뻗어나온다. 본존의 당당한 체구에 비해 공양상은 다소 왜소하지만, 무릎을 괸 몸동작은 감각적이다.

두 군상에서 50미터 정도 더 오르면 널찍한 터가 나오고, 암벽에 2미터 크기의 마애불 좌상이 새겨져 있다. 이전 마애불들이 가파른 경사지에 있는데 비해 비교적 너른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불상은 어깨와 무릎이 넓은 편인데, 특히 결가부좌한 무릎 폭이 그렇다. 머리의 나발이 뚜렷하고 얼굴은 넓적하며, 머리 위로 다섯 화불이 앙증맞게 표현되어 있다. 이렇한 불상의 조형성은 북제와 수나라 양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마애불상군을 새긴 손길이 어느 나라의 것이었는지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7세기면 중원은 분명 신라의 통치 지역이었으나, 당시 경주 지역의 평면적이고 고졸한 마애불과는 표현기법이 다르다. 오히려 반가사유상의 자태나 엷은 미소는 백제 불상과 친연성을 느끼게 해주고, 본존의 당찬 위세는 고구려적 감성이라 생각된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중원 지역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세력장악을 위해 서로 먼저 차지하고자 다투었던 전략적인 요충지였다. 마애불에 보이는 백제적인 요소뿐 아니라 인근에 분포된 신라의 칠층석탑과 고구려비의 유적지가 그러한 실상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