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깨달음(覺)

이에 대한 pali어 3장에 근거한 어의와 뜻은 앞에서 구체적으로 살폈으므로 여기에서는 개괄적인 방법으로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깨달음은 ‘견성, 확철대오, 열반, 지혜의 완성, 생사해탈’ 등과 함께 불교가 지향하는 바 그 정점에 놓여있는 개념인 동시에 여전히 각 나라의 수행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지혜’와 ‘정견’의 설명에서 알 수 있었듯이 우리는 수행의 정점, 궁극의 지향점이 많이도 경도된 인식이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붓다께서는 ‘깨달음’보다는 오히려 현상을 바른 견해로서 올바르게 바라본다는 의미를 지닌 ‘삼마딧티(正見 Sammā ditthi)’를 강조하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마딧티는 정보나 지식에 대한 단순한 분석과 이해 혹은 추론이나 사유에 의한 알음알이가 아님도 알았습니다. 형성된 모든 것들의 본래 성품을 착각하지 않고 일호불호(―好不好), 즉 시비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인 것입니다. ‘삼마딧티(정견)’는 ‘지혜’, ‘깨달음’이라는 용어와 함께 사성제, 삼법인, 연기법이라고 하는 명확한 담마(dhamma)에 대한 통찰을 둘러싼 개념일 뿐, 그 본질은 다 같은 것이며 ‘몰록’이라는 난해함 보다 그 과정의 ‘How to’를 통해 얻어 감을 비교적 용이 하게 붓다께서는 설하신 것입니다.

‘모든 존재들의 완전한 행복’을 위해 설해진 붓다의 가르침은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며 마지막도 훌륭한 가르침입니다. 이 모든 가르침들이 구경의 경지, 생사해탈을 지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수행자들이 최종목표물이나 마지막 결과물로서의 개념이 강한 깨달음이라고 하는 한정된 어휘에 천착하다보면,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듯 이 순간의 지혜나, 올바로 봄, 올바른 이해, 혹은 작은 깨달음 등으로 점철된 수행의 중간여정―그 과정―을 가벼이 여기게 될 수 있습니다. 과정을 건너뛰고서는 결코 지혜의 완성, 완전한 깨달음이라고 하는 산정(山頂)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과녁을 향한 응사의 집중이 정확해야 지향점(목표)인 과녁을 향해 바르게 나아갈 수가 있지만 지나치게 궁극의 지향을 부각시키다 보면 발로 뛰고 가슴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궁극의 과녁을 향한 화살이 뇌리 속에 관념으로 들어와 박혀, 수행의 행보를 제대로 옮기지 못하게 됩니다. 도달해 보지 못한 수행자들에게 목표 지점이나 과녁인 깨달음은 여전히 관념일 뿐입니다. 수행자들에게 깨달음은 여전히 머나먼 하늘의 빛나는 별, 혹은 허공에 덩그러니 존재하는 오색찬란한 마니주 구슬처럼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특별한’, ‘결정적 계기’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붓다께서 가셨던 길이며 그 분의 가르침을 따라 몸소 증험하는 일입니다. 또한 붓다에 의해서 확인된 길입니다.

그것은 결코 목숨을 걸고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하는 일도 아니고, 로켓을 타고 지구궤도를 벗어나는 물질적인(rūpa) 길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몸과 마음 안에서 이해되고 증험되어 질 수 있는 것’들로 정신적인(Nama) 문제인 것입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주의를 기울여 붓다께서 하신 말씀을 잘 읽어보시고 먼저 그 길로 들어선 이(선지식)들의 지도아래 시행에 들어가십시오. 난해한 한문의 시대는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빨리(Pali)어 원전을 한글로 번역해 주신 여러 선지자님들의 노고로 쉬운 우리말로 옮겨진 경전과 그 방법들을 익히신 분들을 지금 우리의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시작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읽고, 묻고, 바르게 이해’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말과, 생각과, 행동’을 통해 실천 수행해 가신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고통의 끝’을 만나보게 될 것입니다. 증험되어질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부터 …”

지금까지 ‘깨달음’이라는 어의부터 그 정의, 그 시작과 과정들을 붓다의 교설에 준거하여 개괄적으로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비교적 세밀하게― 분석해보고 이해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붓다는 깨달음의 성취에 대하여 수행자가 얻는 4개의 결과를 제시하셨습니다. 이 4단계라는 것이 바로

-. 예류과 (수다원 ― Sotapana)
-. 일래과 (사다함 ― Sakadagami)
-. 불환과 (아나함 ― Anagami)
-. 아라한 (아라한 ― Arahant)입니다.

이 네 단계로 깨달음은 완성됩니다.

이 ‘단계로 나아가 완성’이란 뜻은 번뇌가 순차적으로 사라지고 동시에 그만큼 지혜가 서서히 증장되어 나타남을 뜻합니다. 크게 나누면 ‘욕구’와 ‘분노’와 ‘무지’의 세 종류의 번뇌가― 세세하게 나누면 1500여 종류가 있다고 말해지는 번뇌 하나 하나가 사라질 때 그 만큼의 지혜가 나타납니다. 예류과(Sotapana)도 이미 깨달음입니다. 예류과 이전의 단계도 있습니다. 불법으로 향해 마음이 변함없이 향하고 있는 상태로 아직 예류과를 체험하지 않았지만 깨달음으로부터 멀어지질 않습니다. 이것은 예류과로 향할 단계이기 때문에 “예류향” 혹은 “예류도”라고 불립니다.

4개의 향(도)과 4개의 과(magga―phala), 전부 8종류가 깨달은 사람과 깨달음의 길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사람, 즉 4쌍 8배로 불리는 성자의 그룹입니다. 그 이외의 사람은 범부중생입니다. 상가와 재가자를 포함하여 4쌍 8배에든 이 사람들이 넓은 의미의 부처님 가족(Buddha Family)입니다. 부처님의 가족이 되면 아라한과에 이를 때까지는 괴로움도 번뇌도 아직은 남아 있지만 서로서로 도울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