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正見(Sammaditthi)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불교가 깨달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지혜의 증득’이나 ‘지혜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Sammaditthi(삼마디티-정견)를 중요시합니다.

붓다께서는 그래서 8정도의 여덟 가지 길 가운데 제일먼저 정견(Sammaditthi)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정견은 괴로움의 근원을 끝내게 하는 Nibbana(열반)를 실현시킬 최상의 지혜인 동시에 수행 여정의 출발단계에서 수행자들로 하여금 사성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윤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는 근본적인 세간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진정으로 괴로움의 완전한 소멸에 이르고자 한다면 붓다의 교의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견(Samma ditthi)을 갖춘 가운데 수행의 길로 들어설 것을 붓다께서는 당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특별히 깨달음을 강조하지 않고 여실지견(如實知見, Yathā bhūta ñánadassana=야타부-타 냐-나다사나), 즉 있는 그대로를 바르게 이해하는, 바르고 완전하게 들여다보는 정견－Sammaditthi-을 중요시합니다.

8정도에 계, 정, 혜 3학(三學)이 다 들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8정도에서는 계정혜라는 삼학의 순서로 익히는 것을 ‘혜’인 정견을 맨 앞에 두고 있습니다. 마치 산을 오르려는 사람이 정상을 한번 올려다 본 후에 산에 오르는 것과 같이 또는 지혜가 나머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뜻하고 있어 불교는 가장 먼저 붓다의 기본교의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를 요구합니다.

기본적으로 이해한 정견을 바탕으로 8정도 수행을 통해 현상의 질서를, 그 실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칡넝쿨을 뱀으로 착각하지 않고 안개를 연기로 오인하지 않는, 항상 바르게 들여다 볼 줄 아는 실천적 삶이 정견입니다.

정견은 결코 스스로, 홀로 생겨나는 법이 없습니다. 정견을 중심으로 한 8정도 각각의 길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바른 삼매(正定－Samma samadhi)가 생겨나고 통찰지가 더욱 수승해져 정견이라고 하는 법이 눈이 확립되는 것입니다. 법의 눈은 현상을 무상, 고, 무아(삼법인)로 보고 사성제를 꿰뚫어서 번뇌의 소멸에 이르게 합니다.

조건 지어진 삶속에서 무지가 제거되는 과정도 정견이고 무지가 뽑힌 후에도 정견이며 모든 현상을 바르게 보는 봄의 실천, 앎의 실천, 깨달음의 실천적 삶이 정견－Sammaditthi－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몸과 마음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5온의 현상을 착각 없이 바르고 온전하게 볼 수 있는 법의 눈(法眼－dhamma Cakku Cakkukarani－)입니다. 이와 같은 정견－Samma ditthi－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인식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견은 현상에 대하여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정견은 ‘samma ditthi’를 한자어로 옮긴 번역어입니다. 한글로는 ‘바르게 봄(혹은 견해)’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나 여기에서 ‘봄’이나 ‘견해’와 같은 단순 의미로 받아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자어의 見(견)은 한국인들에게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생각이나 입장” 정도로 인식 되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불교용어와 일상용어 사이에 언어 개념에 대한 인식의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Sammaditthi’의 상대 개념으로서 ‘ditthi’가 있습니다. 빨리 3장에서 쓰이고 있는 ‘ditthi’는 ‘교리, 이론, 견해, 사색, 사견, 근거 없는 이론, 믿음’ 등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Sammaditthi’는 ‘바른 견해’나 ‘바른 이해’의 의미보다는 ‘올바르게 봄’ 혹은 ‘올바른 견해로서 봄’이라는 여실지견(如實知見)의 의미가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리랑카의 불교석학 윌폴라 라훌라 스님이나 빨리어 경전을 영역한 미국의 ‘보디 스님’ 등은 ‘Sammaditthi’를 ‘Right Comprehention’이나 ‘right understanding’이라 하지 않고 ‘Right View’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선불교(禪佛敎)에서는 생각이나, 분석, 사유, 알음알이를 철저히 경계합니다. 대표적인 용어 직지(直指)란 “분석, 사유, 알음알이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한 생각 일기전의 실상인 궁극적 실재를 여실히 들여다 봄”을 의미합니다. 그러다보니 ‘Sammaditthi’의 한자어의 번역 정견이나 정견해(正見解)를 통찰지에 의한 법의 눈(法眼)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분석 알음알이를 통한 견(見)이나 견해(見解), 소견(所見) 등으로 부족하게 인식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수행자가 교리체계에 대한 학습과정에서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한번 올려다본다는 측면에서는 합당한 이해라 할 수 있지만 ‘Sammāditthi’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결코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수행자들 사이에도 또 다른 오해가 있습니다. 즉 정정진(正精進)－Sammāvayama－삼마와야마－과 정념(正念, Sammasati－삼마사띠－올바른 알아차림), 정정(Sammasamadhi－삼마사마디－올바른 삼매) 등의 3가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통찰지의 성숙과 함께 생겨난 현상에 대한 바른 이해가 곧 정견(正見)－Sammaditthi－이라고 한정시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행의 결실 통찰지 성숙에 의해 획득된 정견은 완료형이 아닌 완료 진행형으로서 항상 실천의 기능을 수반합니다.

‘청정도론(Visuddhi magga)’에서 언급하고 있는 7단계 청정 중에 3번째 해당하는 ‘견해의 청정(ditthi visuddhi)’을 예로 들면 “걷는 수행(경행)을 하는 도중에 어느 순간 걸음이라는 것은 움직이는 물질과(몸) 그 움직임을 인식하는 정신(마음)만이 존재할 뿐 ‘나’라고 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구나”라고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로 인해 “내가 걷고 있다”라고 하는 사견(잘못된 인식)이 떨어져 나가고 발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인식하고 있는 마음만이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관찰되는 것을 ‘견해의 청정－봄(view)의 청정’이라고 합니다. 즉 ‘체험으로 이해한 것 + 이해의 실천’이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 안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 ‘Samma ditthi(정견)’입니다.〈계속〉

도이/ 약수원 연방죽 선원 상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