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교국가에서 깨달음을 보는 관점(觀奌)

그런데 불교 안에서도 깨달음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교가 전파된 나라마다, 그 뜻을 전하는 이 마다 다르게 설명하고 전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변질된 상태에서 깨달음을 정의하여 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먼저 ‘불교 깨달음’의 발상지인 인도에서조차 불멸(佛滅)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심한 혼동을 일으키며 고따마 붓다 출현 당시의 깨달음의 뜻과 체계와 증명 과정의 분명함이 거의 종식(?)되었다고 보입니다. 그러니 이들도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깨달음을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다양성과 복합성의 테크닉이 무시되고 보니 깨달음을 얻는 과정의 증명이 미약하거나, 아예 증명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입니다.




불멸 후, 인도에서는 힌두의 영향으로 불교가 쇠퇴하고 변질되었으며, 그런 불교가 전이(轉移)된 대승불교권인 중국, 한국, 일본의 불교에서는 잘 설파된 붓다의 깨달음의 정의가 복잡하게 흐트러지면서 이른바 ‘단 번에 깨닫는다’는 돈오설과 ‘서서히 깨달음을 얻어 마지막에 완전히 깨닫는다’는 점오설의 두 가지 견해로 크게 나뉘어져 1,000년 가까운 세월동안 그 논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깨달음을 증명해 보인 붓다의 정설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은데서 온 결과로 이해되지 않습니까? 학계에서도 초기에는 대승과 같이 ‘돈오’와 ‘점오’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었지만 후에 “그 사상을 소승(상좌부불교)이 4단계인 4쌍 8배로 발전시켰을 것”이라고까지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초기경전과 거기에 기초한 상좌부, 설일체유부 등 부파불교가 바탕이 되어 대승불교가 발전했으므로, 빨리 경전이나 부파불교에 확실히 남아 있는 깨달음의 4단계(수다원도·과, 사다함도·과, 아나함도·과, 아라한도·과)를 대승경전을 시작하면서 고의로 누락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대승경전을 만든 이들이 구체적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이해했더라도 심오성이 약한(대승사상에 비해) 좀 싱거운(?)듯 함에 흥미가 솟아오르지 않았던 것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초기불교를 이른바 소승이라 폄하하게 된 것은 그 테크닉의 깊이(?)가 결여되었기 때문으로 현대학자들이 얘기하듯이, 대승불교를 기존 불교(소승)의 업그레이드(UP―GRADE)라고 주장하며 모든 것을 현묘하게 치장하는 것에 기인하거나 또한 붓다를 신격화 해버린 데서 온 불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대승의 경전 상에서도 깨달음의 4단계 면을 살필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결정된 불퇴전 정정취(不退轉 正定聚)의 과위는 상좌부의 제 1단계인 예류과(Sotapana)에 해당되며, ‘죽은 후 다시 태어날 때는 그대로 깨닫는다’는 일생보처(一生補處)의 과위는 상좌부의 제 3단계인 불환과(anagami)의 영향을 받고 있음이 학설·교리 상 확실하나 모두 단편적이고 새로운 깨달음의 체계의 확립으로 붓다의 교설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붓다 자신이 “깨달음은 차례차례 완성하는 것”이라고 경전마다 그 차례에 대한 설법을 하셨고, 맛지마니까야에서는 “바람을 만난 물결이 높은 파도가 되어 절벽을 이루고 서 있는 것을 보았느냐?”로 비유하셨습니다. 이 같은 근거로써 돈오나 점오의 문제는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아야할 문제입니다.

고타마 붓다 출현 이전 인도에서 우리말로 "한 소식했다"고 하면 깨달은 사람이라 하여 무슨 파, 무슨 파 만들어 낸 것도 당시 인도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을 잴만한 잣대가 없었던 것이 고따마 붓다의 출현 이후에는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뚜렷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말이라는 것이 ―언어문자라는 것이 뜻을― 진리를 전하고자 하는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받아드리는 사람의 인식의 모양이 각각 다른 것은 그 사람의 정신세계인 의식상태가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말을 듣고, 해석하고, 이해함이 사람마다 뉘앙스가 달라, 천차만별로 갈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담마(dhamma)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다보니 본래의 뜻과는 다른 의미로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디 인식뿐이겠습니까. 앞서 전하는 설자(說者) 또한 자기가 인식한 것을 말할 수밖에요. 바르게 전달됐다 하더라도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해나 왜곡이 없도록 전달하려면 입체적인 조명과 역동적 사실 관계가 설정되고 설명됨으로써 바른 전달과 이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계속〉

-도이 법사/ 약수원 연방죽선원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