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 맺는말
1928년 케인즈의 연구가 존 메이너드 교수가 캠브리지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미래 비전을 밝힌 내용 중에 “앞으로 100년 후면 당시의 4~8배의 소득을 얻으며 주(週) 15시간의 노동으로 처음으로 노동에서의 해방이 되며 드디어 유토피아가 오게되리라”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8년이 10여년 앞으로 다가온 오늘날, 이미 일부는 그 예언을 뛰어넘기도 했고, 우리의 사회는 GDP가 $30,000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목표했던 경제지표상으로는 서방 선진국들을 따라 잡았다는 자평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한가? 우리는 여유로운가? 유토피아에 접근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돌아보면 오히려 더욱 불안해지고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안과 불행은 무엇인가? 또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과연 어떠한 삶인가? 하는 것과 같이 끝을 모르고 제기되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어리둥절함을 넘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우리민족에겐 한(恨)으로 쌓인 ‘후손을 위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내어 그 한을 상당부분 잠재웠으나 또 다른 한의 덩어리들이 자라고 있음을, 우리는 당면하는 문제로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단순한 경제성장의 지표가 행복과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나니, 우리의 한풀이는 말 그대로 한풀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 게 된 것입니다. 지구에 현존하는 국가들 중, 행복지수를 조사해보니, 경제성장을 이룩한 선진국들은 상위권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불교가 뿌리 깊게 내려 있는 불교국가들이 대개가 가난하지만 행복지수 상위 1, 2, 3위를 독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종교 사람들은 불교를 비방하는 잣대로 불교를 믿는 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행한 삶을 산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참으로 머쓱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의 행태는 행불행의 척도를 ‘풍요와 가난’으로 보려는 극히 동물적 관찰입니다. 그들의 견해가 옳은가, 그른가의 판단은 위의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쉽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배부르고 등 따스한 것이 행복인가 하는 문제를 거듭 돌아보게 합니다. 또 이번에 히트한 영국의 경제학자 부자(父子)인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그의 아들 데이비드 스키텔스 공저 <얼마만큼 가져야 행복한가?>의 결론은 “불행의 요인은 과잉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두 부자 경제학자는 “탐욕과 고리대금업과 경계심들은 아직은 신의 역할을 해주어야한다”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두 학자가 내린 결론을 담마(dhamma)적 해설로 풀어간다면 너무나 명료하게 그 답이 설파되어 있습니다. 두 경제학자는 우리의 감성에 호소하는 미려한 문장으로 우릴 감동시키고 있으나 그 대답은 2600년 전의 붓다가 이미 밝혀 놓은 것입니다.
그 답은 우리의 삼독(三毒)때문이지요. 불행의 원인은 탐욕(loba), 진애(dosa), 우치(moha)라는 탐·진·치 3독 때문이 아닙니까?
바라는 대로, 의도하는 대로, 업을 지은대로 인간관계나 일에서 성취가 없을 때 우리는 분노하고, 증오하고, 억울해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탐욕은 왜 갖게 될까요? 어리석음(moha)때문입니다. 인과의 법을 모르고 조건성을 간과한 채 ‘나’라는 틀에 묶이는 유신견(有身見, sakaya-ditthi) 때문에 그 어리석음은 발현됩니다. 그 유신견을 우리가 가지게 되는 이유는 즉 집착하고 매이게 되는 원인은 바로 무명(無明, Anijja)이라는 ‘근본무지’ 때문입니다. 그 무명(無明)을 밝히면 전술한 모든 문제가 풀려나가게 됩니다. 이것을 밝히는데 8만4천의 법문으로 설파하신 분이 붓다이십니다. 그 엑기스는 수행이구요, 수행을 통해서만이 이러한 근본무지를 벗어나는 지혜증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목요연한 도식(圖式)에 의해 이해하고 수행한다면 탐·진·치 3독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세간의 모든 룰(rule)은 3독을 벗어나서는 무미건조하고 존재의 가치성마저 상실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채로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공정(公正)한 것이 반칙이고 반칙이 공정한 것인 양 살아가는 것이 욕계(欲界, kama loka)의 실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과한 표현으로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등식(等式) 속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것을 반대(反對)로 가르치신 붓다의 말씀이 그들에겐 싱거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만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 가르침의 중요성과 수승함을 너무 절실하게 압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항상 본질적(本質的)인 문제를 풀어 가십니다. 주위를 빙빙 돌며 문제만을 제시하는 ‘what’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본질을 살피고 꿰뚫어 해결하는 ‘How to’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How to’의 궁극이 수행(Bhavana)입니다.
앞서 인용한 두 분의 견해, 그리고 세기의 유명한 사상가, 과학자, 여타의 정신분석학자들의 견해와 사상 또한 2600년 전 붓다가 설하신 것의 지엽만을 가지고 유명해지거나 유명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분들 가운데는 붓다를 알고 나서 자기분야를 계발하신 분도 계시고 독자적인 진리탐구 속에서 붓다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두 훌륭한 분들입니다.
불자가족(Buddha family)님들께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주위를 맴돌지 맙시다’. 전기(前記)했던 3독과 적당히 타협하며 붓다의 가르침을 익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항상 사띠(Sati)를 가지고 살펴봅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보다는 그저 멋스럽게 불교를 익혀가고 있지 않은가, 혹은 식자(識者)의 대열에 편승하기 위해 유식해지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지 않은가도 살펴봅시다.
지금까지 써온 글들은 ‘바로 꿰뚫어 보자. 항상 본질을!’이라는 취지하에서 적은 글입니다. 답은 가르침 속에 환하게 밝혀져 있지 않던가요? 머리로만 아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를, 나아가 무서운 일인지를 수행을 통해서 증명해 갑시다! 붓다께서 어느 때,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말씀을 하셨는지 상황적 메시지를 꿰뚫어봅시다! 그러한 것들을 아는 것은 사유와 숙고로서도 충분히 답이 나옵니다. 그 증명은 역시 수행밖에는 없습니다.
세상에 유행하는 갖가지 수행법에 혼란스러워하지 마시고 앞글에서 말씀드린 ‘아나빠나 사띠(Anapana-Sati, 들숨 날숨 알아차림)’와 ‘사띠 빠타나(Sati-patthana, 알아차림의 확립)’로 직행하십시오, 이 경(經)의 말미에서 밝힌 ‘깨달음의 보증’을 우리 불자들은 증명하고 사실화시켜야 합니다. 성향이니 근기니 하는 말은 스스로 자기를 기만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진(viriya)의 힘으로 그릇을 달구어 키워 가면 되는 것을, “나는 이런저런 업(業)때문에”라는 등의 핑계로 자신의 그릇을 키우는 일을 게을리 하거나, 혹여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합니다.
쉬운 말로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저의 글들도 난해했던 점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옥편 뒤적여가며 지금은 중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대승의 한문경전을 읽는 것보다는 그래도 쉽지 않겠습니까? 사실 시대적인 조화성 때문에 팔리(pali)어나 영어 단어가 간혹 섞이긴 했지만, 그로 인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담마(dhamma)가 이 나라에 전래된 지도 어언 1600여년! 찬란한 문화와 빛나는 유적들을 남긴 이 소중한 담마를 더욱 빛내기 위해서, 담마(dhamma)의 물결 속에서 갈증을 풀고 익히며 그 수승함을 현대를 사는 우리가 확실하게 증명해 나갑시다!
붓다 재세(在世時)보다 1000배 이상의 정보홍수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6도 윤회의 세계에 사람 몸 받아 태어날 확률은 거의 Zero에 가깝다는 사실, 대승의 장엄염불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 몸 받아 제도 못하면 어느 때 제도하리!’라는 대목도 상기해가며 붓다의 가르침을 에둘러 돌아갈 생각은 접으시고 바로 직행하십시오!
Ekayana, 오직 유일한 길, 첩경이 없는 가장 확실하고 뚜렷한 길, 가장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길, 그래서 얻어지는 자유(自由, liberty: 쟁취하여 얻는 자유)를 만끽합시다. 주어진 것을 누리는 ‘Freedem’이라는 자유와 ‘liberty’는 그 질 면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진정한 자유는 쟁취(爭取)하는 것입니다. 열반(Nibbana)의 그 순간까지! 괴로움과 윤회를 벗어나겠다던 붓다의 큰 서원을 가지고 실현해 갑시다. 이것이 붓다의 가르침이고, 불자(佛子)의 사명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거창한 이상의 본바탕은 개아의 행복추구입니다. 즉 ‘내 몸과 마음’의 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것의 해결점을 중생들은 부(富, 돈)나, 권세, 입신양명을 통해 명예를 얻는 것에 두고 있지 않습니까? 즉 몸과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하며 그걸 얻어갑니다. 우리는 그러한 상황과 결과를 직접 경험도 하고 주위에서 많이 보기도 듣기도 합니다만, 앞서 말했듯 그것은 또 다른 문제와 괴로움을 반드시 수반한다는 것을 알아가며 궁극은 무엇인가에 목말라하게 됩니다. 정말이지 부와 권세, 명예 속에서 그 진정함을 찾기란 불가능합니다. 그 해답은 수행을 통해 얻을 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수행은 선한 업을 쌓는 일입니다. 더러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생활보다 어떻게 잘 죽느냐하는 문제를 걱정하는 이도 있습니다만 우리 담마의 수행자들은 거기에서 백천간두진일보합시다!
머리글에서 ‘괴로움을 여의고 윤회를 벗어나는 길’의 8만4천 법문의 알갱이가 ‘수행’이었듯이 이 수행의 알갱이는 ‘사띠(Sati)’하나로 귀결되었음을 설명했습니다. 마치 뱀의 몸통에 다리를 붙이는(사족) 글이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행의 알갱이 사띠(Sati)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의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一. 마음의 청정(Sattanam visuddhiya)
二. 슬픔의 극복
三. 비탄의 극복(soka-paridda vanam Samatikka maya)
四. 정신적인 고뇌의 소멸(dukkha-dammassana atthaga maya)
五. 육체적 고통의 소멸
六. 올바른 길에(8정도) 도달함(nayassa adhigamaya)
七. 열반의 성취(nibbanassa Sacchikiriyaya)
경전과 주석서에 밝힌 알갱이 사띠(Sati)의 공덕입니다. 그러나 이 공덕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중요함을 본문에서 그 방법까지를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만 체험을 통해 증득된 사실(fact)들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왜 수행을 해야 하며 체험되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세간의 일상에서 주리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이익과 쾌락만을 좇아도 바쁜 시간에 내 몸과 마음을 일상에서 사띠(Sati)해야하는가? 왜 이와 같은 싱거운 짓을 해야 하는가? (싱겁다고 생각되신 이는 할 필요가 없는 짓이겠습니다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붓다의 가르침은 우리 중생살이의 보편타당성을 깨고 나아가는데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게 살건 이렇게 살건 괴로움의 연속이요, 충만하고 완전한 행복을 맛보기는 어려운 것인데, 누구나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기를 바라는 것은 이런 저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추구하는 목적이며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붓다가 제시하신 수행법입니다.
욕망의 세계(Kamaloka)에서는 이 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탐(Loba), 진(dosa), 치(moha)와 야합하여 일시의 충족을 느끼면서도 늘 목말라하며 살아갑니다. 이 삼독(三毒)을 깨뜨려 버리면 어떨까 하는 것이 수행이 제시한 뚜렷한 전제입니다. 그런데 그것 탐, 진, 치를 제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면(內面)의 세계에 평화와 안녕과 자유를 얻어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욕망의 세계란 ‘감각적 쾌락’을 좇는 세계입니다. 감각적 쾌락이란 6문(안이비설신의)을 통해서 들어오는 모든 대상(색성향미촉법)을 탐·진·치 3독으로 인식하여 보는 세계입니다.
인식(認識) 후 좋으면 잡아당기고 싫으면 밀어냅니다. 이런 행위들은 전도몽상된 어리석음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이것을 버린 자는 드디어 평온과 행복과 자유를 얻어간다는 것입니다. 자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의 끊임없는 노력처럼 탐·진·치를 거슬러 올라가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사띠(Sati)라는 뗏목을 타고서요.
거스름이 거듭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옵니다.
첫째, 마음이 바뀝니다.(탐·진·치를 따르는 마음이 아닌 마음)
둘째, 말과 행동이 바뀝니다.(말과 행동이 같아집니다)
셋째, 얼굴색이 바뀝니다.(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넷째, 생활이 바뀝니다.(건실하고 믿음이간 생활로)
다섯째, 인연사들이 바뀝니다(어리석은 자, 계를 지키지 않은 자를 멀리하고 존경스러운 자를 좇습니다)
여섯째, 좋은 업(kamma)만 지어갑니다.(선인선과善因善果의 연기법을 압니다)
일곱째, 도와 과(magga-pala)를 지향하게 됩니다.
여덟 번째, 아홉 번째는? 드디어는 열반(Nibbana)의 실현이겠지요. 어떤 분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얻었는지 드러내 보이라고요. 이것은 물건(物件, Rupa)이 아닌 정신(Nama)세계의 변화입니다. 자기 내면(內面)의 정신세계의 발전입니다. 스스로 체험해 가는 길 밖에 없습니다. ‘정말 그러할까? 하는 의심’과, ‘너는 되는데 나라고 안 될 일이 없다’는 대분심, ‘붓다는 깨달은 사람이다’라는 대신심으로 정진합시다!
‘어떻게 다음 생(生)을 잘 받을 것인가를!’ 보잘 것 없는 이 주제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괴로움을 여의고 슬픔과 비탄을 여의고 악의와 증오를 여의고 부디 평안하고 건강하고 안락하며 드디어는 죽음과 윤회를 벗어나 열반(Nibbana)을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일만 사람 중 단 한 분이라도 그와 같은 도(道)와 과(果)를 성취하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이글은 충분히 그 보람을 다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공덕으로, 글을 쓴 본인도 안락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저와 모든 분께 Metta(慈悲)를 보냅니다. Sadhu! Sadhu! Sadhu!
글: 도이, 연방죽선원 약수연수행처 상임법사
*그동안 옥고를 집필해주신 도이 법사(연방죽선원 약수연수행처 상임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위빠사나 수행에 관심 있는 분들께 매우 좋은 공부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