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붓다께선 어떻게 가르치셨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장광설은 빼고 그 테크닉에 대하여 구체적이며 사실적(fact)인 것은 어떠한 것인가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붓다께서 그 실행이 어려운 것을 가르치지 않았음을 우선 밝힙니다. 수행이라는 것을 난해하게 꾸미거나 현란하게 장식하지 않았으며 궁극에 이르는 길을 맴돌게도 하시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 하셨습니다.
“우리의 행주좌와(行住座臥, 4威儀) 안에 있습니다.”
행(行)은 경행(經行)에서, 주(住)는 서있는 상태에서, 좌(座)는 앉아서, 와(臥)는 누워서 하는 방법인데 수행의 지도에서는 (1)경행 (2)좌선 (3)일상의 알아차림의 세 단락으로 나누는 바 주(住)와 와(臥)를 별개로 하여 네다섯 가지를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 방법 중 초심자에게는 경행과 좌선, 특히 메디테이션(meditation)이라고 만연해있는 좌선(坐禪)에 큰 비중을 두고 시행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래에 만연하다는 메디테이션(meditation)을 해부해 보겠습니다.
그 어원은 B.C. 5000년경부터 인도(印度)에서 시작되어 수행의 초석이 된 말이 ‘jjhana’입니다. 중국에서는 ‘禪’이라 음사(音寫)했고 우리나라에선 ‘선-참선’이라 했고 일본에선 ‘zen’이라고 부르며 전해온 것을, 18세기말 일본이 불경을 제일 먼저 영역(英譯)하여 서구(西歐)에 전할 때 ‘zen’을 ‘meditation’이라는 그들의 말로 썼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명상’이라고 번역합니다. 이와 같이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 중 그 말에는 빨리(pail)어의 jjhana(심일경성(心一十竟性)) 등의 본래 뜻은 없습니다.
서구문명의 노도 같은 유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서구에서 온 것은 모두 문명화된 행성의 것으로 받아드립니다. 엄밀히 말해 역수입된 이 언어 앞에 ‘선’이라 하면 무언가 구태로 여겨지고 특정인의 전유물로 보고 인식됐던 것이 ‘명상’이라는 신조어(新造語) 앞에서는 그럴듯하다고 여기며 쉽게 접근합니다. 너무 아이러니하죠?
설명이 길었습니다. 앞서 말한 3가지 형태의 수행법 중 경행(經行) 마저도 워킹 메디테이션(working-meditation)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붙였는데 그것은 무리(無理)라 생각합니다. ‘명상(心一境 性)’을 집어넣을 수 있는 자리는 좌선(坐禪)과 와선(臥禪)뿐입니다. 왜 그러는지는 직접 실참을 통해서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이 같은 3가지 방법의 시행 전에 선행(先行)되어야 조건이 있습니다. 요사이 흔히 쓰는 ‘스트레칭’이요 준비운동의 과정입니다.
첫째가, 번다한 일상의 단순화입니다. (생업을 위한 절대적인 일상외의 잔가지는 쳐내야 합니다. 명분 없는 모임이나 만남, 업무 등 입니다)
둘째가, 조용한 장소(분위기)의 마련입니다.(구태여 선원이나 사찰을 찾을 필요 없이 주거환경에서도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익혀가다 보시면 성우경허(惺牛鏡虛) 선사님의 게송처럼 ‘世與靑山何者是春光無處不開花’라, 즉 세간이다, 청산이다, 시비하지 말라, 봄볕 무르익으면 꽃 피지 않은 곳이 없다-의 경지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좋은 스승과 도반입니다.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스승이란 간단하게 붓다의 가르침대로 지도하시는 분이고, 좋은 도반이란 최소한 오계(五戒)를 생활화하여 수행하시는 분입니다.)
경전 상에 이외에도 수록된 많은 지침들은 생략하겠습니다. 특히 재가불자님들께는 오히려 복잡해지시니까 수행하시면서 그 깊이에 따라 참조와 참조를 하십시오.
(가) 경행(經行)
이제부터 각 단락에 대한 테크닉의 설명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장애가 아닌 이상 필요에 따라, 의지에 따라, 의도에 의해서 걷게 됩니다. 여기에 사띠(Sati)를 두는 것이 경행(經行)이라는 수행이지요.
걷는데 왜 수행이 접목되어야하는가는 다음의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가 이완입니다. 몸을 풀기위한-명상 전에 가지는 스트레칭정도지요. 다음이 소화를 위해서이며, 집중력을 키우기 위함에서입니다. 경행에서 얻어진 집중력은 잘 깨지지 않고 견고합니다. 그 집중력을 키운 후 이어 좌선명상에 듭니다. 그리고 허약체질의 운동을 위해서입니다. 사띠(Sati)를 두고 걷는 경행(經行) 수행은 사띠(Sati)가 없는 일반 걸음걸이의 4배의 칼로리가 소모된다고 합니다. 특히 성인병(당뇨,혈압 등)이 있으신 분들에게 많은 칼로리의 소모가 있어 좋습니다. 이 또한 경전이나 주석서의 내용은 많습니다만 생략하겠습니다. 자, 이 경의 세세한 시행방법입니다.
경행을 시작해야겠다는 ‘의도’를 먼저 사띠(Sati)하시고, 제자리에 서서 자신이 서있음을 사띠(Sati)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형성된 내 몸에서 마음을 분리하여 그 마음을 몸에 붙여보면 마음 떠난 몸뚱이는 ‘물질(rupa)’일 뿐입니다. ‘서있음, 서있음’ 혹은 ‘물질, 물질’을 세 번 이상 사띠(Sati)하시고 걸어야겠다는 의도를 또 사띠(Sati)하시고 ‘왼발, 오른발’ 1박자의 사띠(Sati), 다음은 ‘들어-놓음’의 2박자로 사띠(Sati), ‘들어-나아감-놓음’의 3박자로 사띠(Sati), 길게는 12박자의 사띠(Sati)까지 해갑니다.
위빠사나(Vipassana)의 모든 액션(Action)은 마치 중병환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슬로우 모션(slow motion)일 때 사띠(Sati)가 명료합니다. 그래서 경행은 긴 거리를 요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여건대로 하면 됩니다. 밤에 자다가 화장실 갈 때 위의 방법대로 해보세요. 볼일을 다 마치고 나와 다시 자리에 들기까지 4~5분이 소요될 것입니다. 일상의 생활에서 경행을 하겠다면 걸음걸이를 숫자로 헤아리면 됩니다. 이와 같이 해서 차츰 숙달이 되면, 걸으면서 느낌을 봅니다. 혹은 4대(地水火風)를 보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일어난 마음은 마음대로 일어남을 알고 사라짐을 알고 나서 다시 발길에 사띠(Sati)를 둡니다.
(나) 좌선(坐禪)
우선 앉기 전에 엉덩이가 편안한 방석(좌복)을 뒤쪽엉덩이 닿는 부분을 3~5cm 높게 하시고, 결가부좌나, 반가부좌, 평좌의 세가지중 편하신 자세로 앉으십시오. 우리가 평소 버릇된 책상다리 자세는 피하십시오. 집중을 방해하는 자세의 불편함과 통증이 큽니다. 허리를 곧게 펴시고, 마치 든든한 바위위에 동전을 쌓아놓듯, 상체에 힘을 빼고 턱을 약간 안으로 잡아당기는 듯한 자세로 눈을 감고 시작합니다. 이것이 좌선(坐禪) 준비 중 자세를 잡는 일입니다. 이 외의 디테일한 부분은 지도하시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준비가 다 됐으면 드디어 일을 시작합니다. 수행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먼저 몸에서 마음을 분리시켜 그 마음을 일을 시킵니다. “내몸은, 자세는 편안한가? 안정되었는가? 내 마음은 편안한가?”부터 살펴갑니다. 이어 코끝에 들숨날숨을 관찰하기 시작하십시오. 혹은 호흡 중 배의 ‘부름, 꺼짐’에 사띠(Sati)를 두어도 됩니다. 바로 아나빠나 사띠(Anapana-Sati)로 입정(入定)에 드는 법을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경전의 내용대로 살피다, 통증, 가려움증 등의 느낌이 일어나면 그 느낌을 사띠(Sati)하고 마음이 일어나면 마음을, 대상이 일면 대상을 보다가 사라짐이 사띠(Sati)되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고, 이것의 반복입니다. 리피트(Repeat)의 연속입니다.
경행에서는 ‘왼발, 오른발’, 호흡에서 ‘들숨, 날숨’의 사띠(Sati)를 주 대상이라 합니다. 부차적인 대상이 사띠(Sati)로 사라질 때는 그 사띠(Sati)하는 마음을 즉각 주 대상(主 對相)으로 옮기십시오. 그래서 주 대상을 베이스 캠프(Base camp)라고도 합니다.
(다) 와선(臥禪)
문자대로 누워서 하는 명상입니다. 편할 것 같아 시행하다보면 알지만 그냥 잠에 연결되기 때문에 다음의 세 가지 경우 외엔 피하십시오.
노약자이거나 환자일 때(앉기가 거북한), 그리고 일상의 취침 전입니다. 자세는 반듯하게 누운 자세와 옆으로 눕는 자세가 있는데 부처님의 휴식상 모습처럼 우협을 바닥에 붙이고 양발을 포갠 다음 머리는 우측 팔목이나 베개를 괴고 누워 좌선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몸에서 마음을 분리하여 그 마음을 신수심법(身,受,心,法)이 일어나는 대로 알아차리는 사띠(Sati)의 일을 시작하게 하는 것입니다. 초입은 좌선과 같이 아나빠나 사띠(Anapana-Sati)로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올 때는 ‘잠이 옴, 잠이 옴’을 사띠(Sati)하며 잠드는 것입니다. 본인에게 이 와선은 위의 3가지 이유 때문에 습성화 되어있고, 최장 길게는 다섯 시간 여-새벽녘까지- 알아차리다가 잠이 든 적도 많습니다. 그렇게 자면 꿈도 없는 2~3시간의 숙면으로 충분합니다.
같이 공부하시는 분이 14년을 수면제에 의해 잠을 잤는데 좌선과 와선의 가피공덕으로 40여일 만에 투약을 끊었다는 인터뷰도 해온 적이 있습니다. 불면의 고통으로 하얀 밤을 지새운 고통이 있으신 분들은 해보세요! 잠이 오지 않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사띠(Sati)할 시간이 길어 좋을 뿐입니다. 이처럼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일이 수행입니다.
(라) 일상(日常)의 알아차림
앞에 설명 드렸던 여러 가지 수행법은 이 ‘일상의 알아차림’을 확립하기 전초전이라 할 만큼, 수행(修行)의 정점(頂點)은 이 일상의 알아차림입니다. 모든 수행은 이를 강화하기 위한 전주곡이며 원동력이 됩니다. 한 수행자가 마조도일(馬相道一) 스님께 묻습니다.
“무엇이 도(道)입니까?”라고. 마조스님의 답은 간단합니다. “평상심이 도이니라(平常心是道)”. 여기에서 평상(平常)이나 일상(日常)이나 똑같은 동의어입니다. 즉 “일상(日常)의 마음이 도(道)이니라”의 뜻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빠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죠? “일상의 그 마음에 사띠(Sati)를 두는 것”이라고 사띠(Sati)를 빼고 말씀하신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조도일 스님은 왜 사띠(Sati)를 두는 것이라고 구체화하지 않았을까요? 왜 일까요? 조사선(祖師禪)의 가르침의 화두(話頭) 참구가 그렇듯이 어떤 설명을 통해 알음알이로 알아가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직접 참구하여 얻도록 하는 것이라서, 똑 부러지게 부연 설명을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구체적 설명이 곁들이면 듣는 이 모두 “나두 다 알아”가 됩니다. 아리송하게 말할 때 사람들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던가요. 그러나 붓다는 있는 법을 오롯하게 잘 정리하여 들어 내 보이십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수행법들은 사띠(Sati)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념처(四念處)- 네 가지 알아차림을 하는 신수심법(身,水,心,法)은 사띠(Sati)가 목적이라서 일어나는 네 가지 현상을 사띠(Sati)하는 것으로 잘 정리되었으나 일상(日常)에서는 도거와 호침의 연속이요, 찰나로 바뀌어가는 대상으로부터 오는 번뇌망상에 휘둘리느라 사띠(Sati)가 쉽지 않습니다. 밥 먹을 때, 설거지할 때, 청소할 때, 용변 보러 오갈 때, TV 영화감상이나 음악, 독서 등등 잡다한 우리의 일상을 알아차리기란, 웬만한 수행의 내공으로는 무척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좌선과 와선경행으로 다져진 정진의 힘은 일상의 알아차림에 대한 힘을 키워줍니다. 우리가 명상에서 선정에 들 때는 대상에 집중해서
‘尋(vitaka) 何(vicara) 喜(pitti) 樂(sukkha) 定(samadhi)’의 5단계 완성으로 초선정(初禪定)을 얻습니다. 과정에 대상에 근접 집중과 근접 집중을 통해, 근접 삼매, 근본 삼매, 본 삼매를 체험해가는 사마타(Samatha) 수행이 붓다 이전부터 다양하고 폭넓게 전파되고 지금까지도 전래되어온 수행들이였습니다. 그러나 붓다의 위빠사나(Vipassana) 수행은 대상에 대한 집중이 ’찰나 집중‘입니다. 사마타(Samatha)의 한 대상에 고정하여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나타나는 대상(法性)마다에 그때~ 붙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찰라에 집중하며 얻어진 삼매도 ‘찰나 삼매’입니다. 그래서 찰나 삼매를 위빠사나 사마디(Vipassana-Samadhi)라고 합니다. 사마타(Samatha)의 근본 삼매와 본 삼매는 ‘고요함(Samadhi)’를 얻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나 붓다가 찾아내신 위빠사나(Vipassana)는 찰나 집중 찰나 삼매 중에서 법(法)의 성품(性品)을 사띠(Sati)하는 여실지견(如實智見)으로 지혜(智慧)를 계발해줍니다. 삼학(三學, 戒, 定 慧)의 궁극 목표가 혜(慧)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으나 과연 지금까지의 수행자중 지혜(智慧)를 증득하신 분이, 얼마나 될까요? 세상에 만연한 모든 종교에는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 ‘지혜제일’과 ‘나라는 실체는 없다(無我)’를 붓다께선 우리에게 내세워 주셨습니다. 지혜(智慧)와 무아(無我)를 설파한 가르침은 불교 밖에는 없습니다. 이 두 가지가 다른 종교와 차별성이고 우위성입니다.
이러한 진리를 얻어가고 체험하는 방법은 더 많이 듣고 보아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실천수행만이 그 곳에 이르게 함은 두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러한 실천수행의 강화를 위하여 경행과 좌선, 와선에서 다져진 수행의 힘으로 드디어는 일상의 모든 생활에 사띠(Sati)를 두어 사띠 사마디(Sati-Samadhi)를 유지시켜 지혜를 계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일상의 알아차림의 대의(大義)는 행주좌와(行, 住, 座, 臥)를 통째로 보아가는 것입니다. 오직 놓치지 않기를 서원하며!
(마) 곁들이는 말씀-생주이멸(生住異滅)
지금까지의 수행의 테크닉을 개괄적으로 설명 드렸으나 거기에 윤활유를 쳐서 훨씬 부드럽게 원만하게 성취하실 수 있도록 붓다의 가르침을 빌어 곁들이고자 합니다.
스물다섯 모든 붓다께서는 12연기를 통해서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12연기가 붓다의 출현 전에도 출현 후에도 우주의 삼라만상의 생멸(生滅)의 질서일 뿐입니다. 그것을 우리에게 오롯이 드러내신 분이 붓다이십니다. 우주의 성주괴공(成住壞空)과 생명(生命)의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법칙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깨달음은 이같이 12연기를 근본으로 하여 체득하신 것입니다. 금세기 들어 이 난해하다는 12연기를 미얀마의 ‘모곡사야도’께서 쉽게 간추려주셨습니다. 그 간추림 속에는 12연기의 열두 바퀴살에서 ‘괴로움과 윤회를 벗어나는 길’의 멸성제까지도 밝히고 있습니다. 본인은 솔직히 대승권에서 12연기의 법문을 듣고 배울 때 많은 시간을 배웠으나 난해한 용어 설명 등으로 아리송할 뿐이었습니다. 12연기는 붓다께서도 스스로 ‘실로 난해하고 심오하다’ 하셨으나 이렇게 어렵게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문을 지닌 채 상좌부 불교권에서 모곡 사야도의 법문을 읽고 들으며 ‘그러면, 그렇지’로 이해가 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붓다의 가르침을 접하며 쉽게 내용들을 익히면서 ‘다 알고 있는 것들뿐’이라며 경망하지는 않았나 돌이켜봐야 하겠습니다. 어려울 때는 묻고 또 묻고 참구(실참수행)하며 익혀야할 정신세계의 문제들도 많지만, 가르침의 구성과 본질은 가슴이 후련하게끔 쉽고 가벼움을 알아 갑니다.
붓다께서 12연기를 꿰뚫어보신 것은 그 밑바닥에 ‘괴로움’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을 다양하게 제시함이 붓다의 8만4천 법문이요, 이 법문의 시작도 ‘초전법륜경’부터 사성제(四聖諦)요, 열반직전까지도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설하십니다. 학술적이고 논리적 증명을 들이대기 전 체험을 통하여 이것은 최상의 진리임을 증명해 나가십니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 중에서 특이하게도 인간만이 Sukkha(즐거움)와 dukkha(괴로움)의 두 가지를 다 경험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인간에게 무한한 탐구의 길을 찾아 나서게 하고 지고(至高)하고 완전(完全)한 행복의 즐거움을 마련하기 위한 행위들을 모색하게 합니다. 이것을 유일한 길로-수행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답을 주신분이 붓다이십니다.
사성제(四聖諦) 중 고(苦)와 집(集)을 알았다고 괴로움이 해소되던가요? 그 사실과 원인을 거기에서 밝히십니다. 이것뿐이라면 살맛이 나겠습니까? 고(苦)와 집(集)에만 끄달리는 세계가 ‘지옥, 축생, 아귀, 수라’라는 사악처(四惡處)의 세계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인간은 많이 다릅니다. 인간에겐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의지를 가지고서, 그러나 그 선택은 필연코 괴로움으로 귀결되지요. ‘삶은 선택이죠(life is choice)’이죠. 선택은 업(kamma)을 짓습니다. 일순의 sukkha(즐거움)을 얻어도 항상하지 않고 나아가 확장되지 않습니다. 무상(無常, anijja)때문이지요. 그래서 ‘선택은 고통(choie is dukkha)’입니다.
4고8고(四苦八苦)의 씨앗인 갈애(Tanha)를 밝히심까지 의사의 질병에 대한 진단과 같은 것이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의사라면 그에 대한 처방이 뒤따르는 것처럼 붓다는 고집(苦集)의 처방(處方)이 바로 도성제(道聖諦), 즉 팔정도(八正道)의 길임을 밝혀주십니다. 진단에 의한 처방이라는 진료방법으로 치료하면 치유(Healing)가 이뤄집니다. 그것이 멸성제(滅聖諦)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돌아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행위하며 치료해야 되는데, 즉 8정도가 생활화되어야 하는데 신(神)을 믿는 종교인들처럼 진단과 처방이 이치에 맞고 자기생각과 맞다고 믿고 ‘믿습니다’를 외치며 의심하지 않고, 행위 하지 않으며, 그 처방전을 제단에 올려놓고 감사의 기도만 하고 있지 않은지를!
그래서 모든 이론을 그것을 실천(시험, 수행)하고 그것을 증명(괴로움에 벗어남의 치료)하는 3박자가 치우치지 않고 완벽해야지, 어느 것 한 가지라도 빠지면 그 이론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것이라도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사문화(死文化)되어버리는 것을 우리는 가끔 학자들의 논문에서도, 사이비종교의 교주의 목소리에서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붓다께서는 깨달음을 이루고 나서 그 이론의 정리와 실천의 방법과 증명해 보이는 것에 대하여 고심하신 흔적들이 경전의 곳곳에서 나타나 있습니다. 이 ‘심오하고 광대하며 이해시키기 어려운 법’을 혼자서 아시고서 열반에 들려하실 때 범천의 삼권청으로 법을 설하셨다는 사실, 붓다께서 법을 설하시기 전 일성(一聲)이 “sutta maya-sutta maya-sutta maya” 였습니다. “내말을 들어봐 다오!”였지요. 그분의 간절한 청에 듣는 이들이 “그래 고따마여, 얘기해보라”라고 응대하면 이어 “cintta maya-cintta maya-cintta maya”, 즉 “다 믿지 말고 그대로 시행해보라”하시고, 다시 “bhavana maya-bhavana maya-bhavana maya”, 즉 “네가 수행(시행)해서 증명된 것만 믿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붓다께서는 이렇게 어렵사리 법(法)을 펴나가셨죠. 위의 세 말씀 끝에 ‘nana’를 붙여서 문혜(聞慧), 사혜(思慧), 수혜(修慧), 즉 문사수(聞思修) 삼혜(三慧)로 후대(後代)들은 이 가르침을 익히고 있습니다. 당시 승단의 구성이 없을 때야 이 대상은 사문이나 바라문을 위주로 한 여러 수행자 아니겠습니까? 일체지자(一切智者)로서의 외로움과 노고가 돋보인 일입니다.
쿠다카니끼야(소부경전)의 ‘자설경(utana)’에서처럼 감흥어린 시구(詩句)를 읊조리면서….
붓다의 가르침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와서, 믿으라”가 아닙니다. “내말(이론)을 들어보고, 그대로 시행(실험-수행)해 보아서, 증명(얻어진 것만)된 것만을 믿어라!”입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특히나 젊은 세대들은 이같이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실행 가능한 것이 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믿어라! 기도하라! 찬양하라! 염불해라! 다라니 외워라!” 등은 솔직히 씨알도? 먹혀들지 않습니다. 우리 불자가족(Buddha-family)들은 이러한 가르침에 근거하여 현대사상과 물질문명에 부합되는 지식과 지성의 확립으로 지혜에 이르는 수행으로 무장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시대의 부응이며 담마(dhamma)에 근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교를 하시는 분 다수가 불교 미래에 비관적이나 본인은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무진장 밝게 예측하는 바입니다.
글: 도이, 연방죽선원 약수연수행처 상임법사
